<비로봉에서>시대착오적인 군 관계자의 협박
<비로봉에서>시대착오적인 군 관계자의 협박
  • 심규정기자
  • 승인 2017.02.17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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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군 당국의 훼손된 태극기 방치사태의 파장은 컸다. 1군사령부는 즉각 통일아파트, 독신자 숙소에 내걸린 태극기를 수거하라고 지시했다. 1군 사령관이 직접 지휘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태극기 수난시대’를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말도 안돼...’였다. 3.1절을 앞두고 있는데다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라 애국심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의 기강이 이래서야 되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본지는 지난 15일 오전 단구동 통일아파트, 독신자숙소에서 군당국이 훼손된 태극기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를 세우고 있는지 후속취재했다. 시민들의 알권리 차원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진을 상대로 한 독신자 숙소 책임자의 협박과 막말은 오만의 극치였다. 처음에는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더니 이내 분을 참지 못하고 막말을 이어갔다. 그는 “(후속취재왔다는 말에)지금 말하는 게 너무 괘씸한데 내가 들어도...”, “(이하생략) 당신 나 지금 모가지 짜를 라고 온거 아니야” “근데 지금 신문에 때려놓고 후속조치로 왔다고요. 거 지금 말이 됩니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책임자를)인사조치하고 안하고는 1군사령부 몫”이라는 취재진의 말에 더 큰 목소리로 “그럼 내가 태극기 달아서 태극기 달지 않았으면 그럼 그거 가지고 시비걸라고요. 왜 왔어요. 의도가 뭐에요. 아 진짜 열받아서 큰일 났네. 아니 세상에 태극기를 달꺼냐 말꺼냐 후속조치를 물어보는게 말이 안돼잖아요”라고 황당한 말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협박에 가까운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당신네 땅도 아닌데 군부대 들어와서 사진 찍어가지고 보도했는데 한번 고발조치 해볼까. 당신들 뭔데 군부대 들어와서 사진을 맘대로 찍어”라는 말에선 흥분이 최절정에 달했다. 그의 황당무계한 발언은 점점 도를 넘고 있었다. “괘씸하네”, “지금 여기 철조망 치고 사람들 못들어 오게 해볼까요”,“헌병대 시켜서 다 문 닫아볼까요. 어떤 영향이 갈까 원주신문으로...”라고 협박했다. “당신네들 웃기는 사람들 아니야”, “진짜 열받아 죽겠네” “신문사 국장 오라고 하세요.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고발조치 할테니까 군부대 들어와서 사진찍어가지고 이따위로 지시나 한다고...”라는 말에서는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1군 사령부 통일아파트와 독신자 숙소는 보안시설이 아니다. 이곳 단지안에는 단구동주민센터까지 위치해 있어 민원인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단지가 넓고 한적해 걷기운동까지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수 있다. 본지는 문제의 관계자에게 "제발 고발조치해달라"며 친절하게 이름과 주소, 직책까지 메모해 줬다.

분을 참지못한 그는 결국 군 당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말까지 내밷었다. “태극기가 하나에 1,000원 짜리 같으면 까짓 꺼 내가 다 사가지고 달겠지만, 그게 하나에 5,000원, 6,000원, 7,000원 나와 있는데...(이하 생략)새로 구입해야 되는데 구입할 시간도 주고 해야되는데 그걸 언제 어느 시간에 달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1개에 몇 천원하는 돈 때문에 예산타령을 하는지, 군 당국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 말미에 그가 내뱉은 말은 "이 사람이 정상적인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 ××. 열받아 죽겠네” 이날 대화과정에서는 서로 고성이 오갔고,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 상당수가 훼손된채 방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관리대책을 제대로 세웠는지, 취재하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다. 반성은 커녕 오히려 온갖 막말과 욕설, 협박에 가까운 고압적, 안하무인격 태도를 접하고 필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 군사정권 시대로 되돌아 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언론을 마치 초등학생 야단치 듯이 대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라는 말이 새삼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미꾸라지 몇마리 때문에 군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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