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함께 밥도 못먹는 기자들'
<비로봉에서>'함께 밥도 못먹는 기자들'
  • 심규정기자
  • 승인 2017.02.27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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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정 편집장<원주신문>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가보자.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내 지방일간지 기자로 여주시청을 담당하고 있었다. 수도권은 지방․지역지의 춘추전국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11만 명 규모의 여주시의 경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여주시에는 지방지 10여곳, 지역지 7 곳, 인터넷 방송 등 출입기자만 무려 20여 명이나 됐다. 지방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된 원경희 여주시장은 취임초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한 숨을 돌리게 되자, 기자들에게 오찬을 제 안했다. 여주시청 모든 출입기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지 기자들 사이에서 ‘보이콧하자’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지역지 기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필자는 고심 끝에 참석했다. 오찬장소는 출입기자는 물론 시청 간부, 홍보부서 관계자 등 어림 잡아 30~40명이 참석해 마치 도때기 시장을 방불케 했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원시장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채 자리를 옮겨 다니며 기자들과 대화하기에 바빴다.

다시 상황을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쯤 (2001,2002년)으로 거슬로 올라가 보자. 10년 간의 수도권 지방일간지 기자로 마침표를 찍고 고향에 왔다. 당시 GTB(현 G1)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한상철·김기열 시장이 시정을 이끌고 있었다. 언론사라고는 지방지 2곳, 방송 3곳, 그리고 통신사 1곳, 지역지 1곳 밖에 없었다. 당시는 계도지 논란과 함께 기자단의 병폐를 지적하는 목소 리가 일어 기자단을 폐지하고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였다. 누구나 브리핑룸을 자유롭게 오가며 취재할수 있었다. 그 때는 매체의 다양성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 었기에 뻔한 출입기자가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시청 간부들과 공식적으로 밥먹는데 참석하는 기자의 범위는 뻔했다. 그 때 소외감을 느낀 한 인터넷 매체에서 기자들의 그런 카르텔(?)을 깨려는 시도(보도)가 있어 작은 파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앞선 두 가지 사례와 연상되는 웃지못할 에피소드는 필자를 서글프게 한다. 원주시는 최근 각 국별로 주요 출입기자들과 식사자리를 진행하고 있다. 아니 관행적으로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그런데 이 회식장소에 참석하는 기자의 참석범위를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기자’의 범위가 14년전 참석 범위와 닮은꼴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만 바 뀌었을 뿐 대접(?)받는 매체는 똑같았다. 이 때문에 원주시에서 취재활동하는 기자는 시 집행부 간부들과 ‘함께 밥을 먹을수 있는 기자들’, ‘함께 밥도 먹지 못하는 기자들’로 양분된 느낌이다.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결국 ‘영향력 있는 기자’, ‘영향력 없는 기자’로 확대돼 지역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고 한 선배는 뀌뜸했다.

14년 전과 비교해 지금 원주지역 언론환경은 강산이 변한 만큼 많이 변했다. 통신사가 1곳에서 3곳으로, 지역지는 1곳에서 서너곳이 생겼다. 언론사의 숫자도 그 전과 비교해서 배이상 늘었다. 흔히들 여론의 독과점은 왜곡된 여론을 조장할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여론(매체)의 다양성이 핵심가치가 됐다. 원주시의 언론접근 방식은 이런 인식과는 너무 동떨어진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여론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않고 몇몇 매체와 저녁때 만나 깊이있는 소통에 나서는 모습은 결국 자신들도 모르게 언론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다.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상이 바뀌었으면 구각은 깨야 한다. 특정매체만 편애하는 경직된 언론관은 반민주적·반언론적·반지역적인 작태다. ‘민주화의 성지’ 인 원주는 다른 어떤 자치단체보다 소통이 백화제방(百花齊放)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처럼 편향된 소통능력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행정의 형평성’, ‘약자를 돌보겠다’ 고 앵무새처럼 아무리 떠들어봐야 누가 믿겠는가. 이런 '인의 장벽'을 친 것은 누구인가? 원주시인가 ? 대접받는 기자들인가? 그렇다면 묻고 싶다. ‘함께 밥도 못먹는 기자들’은 무능력한 기자인가? 이들과 함께 밥 먹으면 평가절하 되는가? 앞으로 ‘함께 밥도 못먹는 기자’라는 방울을 목에 달고 계속 활동하겠다. 이는 차별 금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분명한 차별의 사유에 해당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무엇을 하는지 분통이 터질 일이다. 한 기자가 내 뱉은 말이 시청앞 허공에 메아리 쳤다. “‘함께 밥 먹을수 있는 기자들’에 포함시켜 달라고 구걸하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에 이런 편파적인 언론관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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