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K-POP 스타 마은진의 도전
<이재구 칼럼> K-POP 스타 마은진의 도전
  • 이재구
  • 승인 2017.03.19 07: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재구 <변호사>

케이팝스타 시즌6에 출연해서 Top8까지 올라간 마은진이라는 가수 지망생이 있었다. 마은진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 우승하면 상품을 타서 부모님께 드리는 효녀이기도 했다. 노래에 소질이 있고 노래를 좋아하다보니 걸그룹 멤버가 되어 마음껏 노래도 하고 대학도 진학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데뷔를 앞두고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주변의 학생 중 몇 명이 악의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부담을 느낀 소속사에서 걸그룹 멤버에서 제외시키는 결정을 한 것이다.

당시 은진이의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딸이 얼마나 힘들어 하고 괴로워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빠진 걸그룹이 활동하는 것을 보는 은진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은진이는 그렇게 희망을 잃고 견디기 힘든 고통스런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암흑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고통은 엄마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TV를 켰다가 케이팝스타 시즌6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마은진이 지소울의 유(YOU)를 부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이전에 마은진이 부른 권진아의 “끝”이라는 노래를 듣고 참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직전의 심사에서 1위를 하지 못하고 2위들끼리 하는 패자부활전이었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배틀에 참가한 모든 경쟁자들은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은진의 노래는 가슴속까지 쭉 빨려 들어왔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목소리는 전혀 떨리지 않았고 너무 자연스러웠다. 해맑고 밝고 아름다운 표정이 그 느낌을 너무나 강하게 전달해 주었다. 화면에서 비춰주는 다른 경쟁자들과 심사위원들의 몸에도 소름이 돗는 듯했다. 듣는 사람들의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감동적인 열창이 끝나고 무대는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그 동안 힘들었던 은진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전혀 다른 아름다운 사람이 무대에 서있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박진영(JYP)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언젠가부터 별을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밤만 되면 별을 자주 봐요. 오늘 배틀 오디션 하면서 딱 올려 봤는데... 아이고 낮이지... 안보이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별이 있긴 있어요. 똑같이 있는데.. 별은 언제 빛나냐 하면 컴컴해지고 어두워졌을 때 그 때 딱 빛나요. 이 마지막 절체절명의 떨리는 순간에 저렇게 당당하게 자기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스타 아닌가요. 어둠이 밀려왔을 때 제일 밝게 빛났어요.”

마은진 양은 이렇게 답했다. “그냥 솔직히 노력은... 부담이 많았어요. 근데 다 내려놓자!” 박진영의 칭찬은 더 이상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극찬이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양현석(YG)도 거들었다. “오늘 순위를 매긴다면 마은진이 1등이에요. 노래로...”

이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과 SNS에서는 마은진에 반한 시청자들이 폭풍 스트리밍을 하고 무한 반복재생을 해서 듣고 있다는 내용이 계속 올라왔다. 마은진은 그렇게 고통스런 긴 터널을 지나 스스로 우뚝 섰다.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딛고 일어났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 희망을 주게 된 것이다.

나는 마은진의 칭찬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은진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 스타가 됐다고 해서 인생이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자신의 지위를 위협받는 경우가 생겼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좌절할 수도 있고 꿈을 이루었지만 중간에 실수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여 중도에 하차할 수도 있다.

처음 은진이를 만났을 때 힘든 일을 지나가면 별거 아니라고 위로했던 기억이 난다. “뜻대로 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나중에 더 좋을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마은진은 벼랑끝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보란듯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통과 아픔은 사람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해 준 것이 바로 은진이의 도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재구 2017-03-20 12:03:33
나중에 박진영은 마은진에 대하여 "나는 여기 출연한 참가자들 중 마은진이 부른 'YOU' 영상을 가장 많이 돌려봤다. 그런 최고의 무대를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그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