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원주여중쪽 보물급 벚꽃길에서
<김대중 칼럼>원주여중쪽 보물급 벚꽃길에서
  • 김대중
  • 승인 2017.04.10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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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사무총장<박건호기념사업회 >

꽃들의 세상이다. 길가 보도블럭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부터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벚꽃까지 지천이다. 모두 세상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해준다. 회색빛 도시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봄날 꽃잔치에 원주 도심에선 가장 인상적인 곳이 어딜까. 원예농협의 하나로마트에서 원주여중쪽으로 가는 벚나무 가로수길일 것이다. 원주에서 봄날 꽃잔치에 벚꽃을 맛보려면 단연 그 곳을 꼽는다. 나무는 많지 않다. 불과 32그루다. 그런데 그 나무들의 자태가 장난이 아니다. 품격과 아우라가 대한민국 어느 벚나무에도 뒤지지 않는다. 아니 벚꽃축제로 유명한 진해에서도 보기 힘든 나무들이다. 나이는 반백년은 훨씬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은빛의 아름드리 고목에서 벚꽃들이 피어날때면 환상이다. 흰빛의 꽃과 검은빛의 나무줄기가 대비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도심속의 오아시스다. 꽃이 질때는 비가된다.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꽃잎들은 꽃비가되어 도심 거리를 덮는다. 불과 32그루의 벚나무꽃이 주는 짧은 선물이다. 행복이다. 이 거리에 서면 진해 군항제를 보는 듯 착각마저 든다. 아니 그 느낌보다 훨씬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때는 그저 시커먼 고목으로 별 볼일 없는 평범한 나무로만 보였는데 온 몸을 꽃으로 뒤덮은 모습을 보면 한없이 경이롭다. 나무의 위대함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 나무에 저런 매력이 있었나 하고. 늙은 고목에서 저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게 마치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진짜 마술이다.

늙어서 아름다운 것은 나무뿐이다. 지구상의 수천만 생명체 가운데 정말 늙어 가면서 아름다운 것은 나무뿐인 듯 싶다. 나무는 늙으면서도 추해지는게 아니라 고상하고 품격이 더해지는 듯하다. 나무처럼 살 수 있다면 세상이 힘들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봄마다 이 거리를 지날땐 이 벚나무를 누가 심었을까 참 궁금해 진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심었을까 생각할수록 정말 알고 싶어진다. 그는 분명 아름다운 도시를 알고 나무를 아는 철학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먼 미래를 보고 많지는 않지만 여기에 심었을 것이다. 이번주에 이 국보급 벚나무들은 화려한 꽃잔치를 펼칠 것이다. 이 거리의 품격을 높이고 이 동네의 분위기를 바꿔줄 것이다.

벚꽃철에 이 거리를 지날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작고 평범한 것에서 아름답게 되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원주에는 소중한 보물들이 많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고 관심두지 않아 모르고 공부하지 않고 무지해서 몰랐던 보물들이 널렸다.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원주만 갖고 있는 것이 원주의 경쟁력이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엄청난 돈을 들여 거대한 뭔가를 만드는 것만이 도시 경쟁력이 아니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참으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된다. 진정으로 사랑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된다. 사사로움 없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원주는 어떤 도시이고 어떤 역사가 있고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알면 된다. 원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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