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원주칠공예주식회사의 치욕
<김대중 칼럼>원주칠공예주식회사의 치욕
  • 김대중
  • 승인 2017.04.24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중 <박건호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원주시 태장동 태장1동사무소 뒤편으로 가보면 노후된 건물 하나가 있다. 현재 리모델링중인 건물의 벽채와 건물 내부 천정을 보면 범상치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그옆쪽에 더 큰 건물이 또 하나 있는데 이 건물은 최근까지 개인이 영업장으로 사용해 왔다.

바로 대한민국 유일의 옻칠문화 유산인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이다. 1957년 부속 건물 2동과 함께 건립됐다. 당시 이 일대 면적은 2천여평에 이르렀으며 본관은 일본식 건축으로 아주 견고하다. 현대사에서 원주옻과 칠공예의 산증인과 같은 존재다.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옻산지 원주에 옻칠공예 문화의 싹을 틔운 요람이다. 건물이 완공되면서 설립된 원주칠공예(주)에 칠공예부와 옻칠정제부 등을 두고 옻칠문화 부흥의 중심이됐다. 특히 1968년엔 일사 김봉룡선생(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장)을 모셔와 원주를 옻칠공예 문화의 도시로 견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옻나무 식재를 비롯해 칠채취와 칠공예 등 다양한 역할을 해오다 1969년 잇딴 화재로 문을 닫은후 방치됐다. 옻칠공예 장인들과 일부 시민들이 복원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우이독경. 이유는 부지 매입비 20억여원이 없다는 것. 그런데 문화재청이 더 관심을 가졌다.

2012년 문화재청은 복원 관련 용역을 했으며 외관과 프레임이 견고하고 역사성과 상징성 등에서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당시 문화재청 문화정책국장 등은 현장까지 방문해 부지 매입은 규정상 국비 지원이 안돼 시에서 매입하면 운영비를 지원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본관 부지 1,858㎡의 매입 예산 20억여원을 끝내 확보하지 않았다. 다시 관심밖이 됐다.  그러던중 급반전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최고의 희소식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원주시와는 달리 포기하지 않았던 문화재청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던중 2016년 8월 긴급매입비 10억원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관련 실무 공무원들도 신바람이 났다.

작년 추경예산에서 시비도 13~15억원을 확보키로 하는 등 거의 반세기만에 역사적인 부활을 눈앞에 두었다.그런데 정말 너무도 어이없는 참극이 벌어졌다. 문화재청이 이런 지원을 결정한 시기에 도내 모 언론에서 이 건물이 등록 문화재로 지정됐다는 오보를 낸 것이다. 비극의 씨앗이됐다.

땅주인이 이 뉴스를 보고는 원주시가 몰래 등록 문화재로 지정해 싸게 하려 했다며 헐값에 넘길바에는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키로 한 것이다. 실제로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 지붕도 바꾸고 벽에도 벽돌을 추가로 입히는 등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다. 건물의 가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자 문화재청은 지원 계획을 백지화 했다. 원주시에 지원했던 부지매입비 10억원도 당연히 지난해말에 반납됐다.

대한민국 옻칠문화의 역사를 간직한 소중한 자산인 원주칠공예주식회사 건물은 이렇게 해서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됐다. 일사 기념관을 비롯해 전수교육관,원주옻칠문화 역사 홍보관을 갖춰 옻칠문화 창작과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하려던 꿈도 일장춘몽이됐다.

땅 주인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비를 줘도 민원 하나 수습못해 반납을 하니 문화재청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원주시 행정이 책임져야 할 수치스런 일이다.더 근본 이유는 보물을 품에 품고도 모르기 때문이다. 원주땅은 그냥 보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