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전두환회고록, 그리고 최규하대통령
<김대중 칼럼>전두환회고록, 그리고 최규하대통령
  • 김대중
  • 승인 2017.05.0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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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박건호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요새 희한한 회고록 하나가 나왔다. 이름하여 전두환 회고록이다. 그에 얼마 앞서서는 그의 부인 이순자회고록이 나왔다. 부부 금슬이 좋다.

1979년 10월 26일 사건이후 전두환 장군이 군대를 동원해 최고 권력을 잡은 과정이 빠질수 없다. 비난의 소리가 높다. 전장군의 스토리에 분노한 쪽에서 전두환 타서전(他敍傳)도 냈다. 회고록이 지가 쓰는 자서전이니 남이 쓴 것이란 의미. 더 정확히는 역사 왜곡에 대한 팩트란 뜻이다. 역사가 있고 그 희생자들이 엄연히 있는데 무슨 생각이었을까. 못할 것도 없을 거다. 피의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한 사람이라면 그까짓 역사 왜곡 정도는 일도 아니리라. 회고록 파장에 원주 사람이라면 당연히 생각나는 분이 있을 거다. 원주 출신의 최규하대통령이다. 특히나 바로 작년에 최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금슬 좋게 부부가 참석해 눈앞에 선하다.

그가 그날 10주기에 처음 나타난다는 소문에 처음엔 혹시 최대통령앞에서 사과라도 할 생각인가 라고 순진한 생각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특유의 폼으로 사과는커녕 죄스러워하는 표정하나 없었다. 그런 그 앞에서 최대통령이 전장군에게 나라를 맡아 달라고 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나 들어야 했다. 왕조 시대로 말하면 왕위를 선위 받았다는 개소리 말이다.

어린 조카의 왕위를 살육으로 빼앗은 세조야 왕족이라도 됐지만 전장군이야 왕족도 아니니 말이다. 최대통령이 어떤 마음에서 대통령의 자리를 내줬을지 뻔하지 않은가. 광주시민을 비롯해 수많은 국민을 죽이고 대한민국의 권력을 장악한 사람이 더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최대통령은 공무원으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공무원으로 총리까지 오른 사람이다. 40여년의 공직 생활에서 어떤 국가관과 철학을 가졌겠는가. 그가 남긴 모든 것에서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그는 권력욕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했기에 전장군에게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정도는 상식이 아닌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웠고 위기였던 그 상황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감내하는 인내와 지혜를 보였다. 공직자의 청렴이 어떤 것인지 표상이됐다. 현대사 이후 그런 청렴의 고위 공직자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최대통령이 그의 고향에선 완전 찬밥이다. 그에 대해서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원주 사람들조차 8개월짜리 허수아비 대통령이었고 우유부단한 성격에 죽을 때까지 전장군에게 대통령을 내준것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등의 시각이 여전히 많다.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꼭 전장군 같은 생각이다. 최대통령을 기념하기위한 기념사업회에 임하는 소위 이사라는 분들의 자세만 보면 아주 정확하게 입증된다. 재단법인 최규하대통령기념사업회는 2013년에 설립됐다.

시장과 국회의원을 포함해 12~15명의 이사가 있다. 그런데 시장은 물론 국회의원이 작년까지는 이사회에 한번도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작년 10월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10주년 추도식에도 원주에선 시장은 물론 의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역의 지도자라는 분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이렇게 대하니 타지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인물을 알아보는 것도 식견이 있어야 한다. 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모두 비리와 부패로 뒤범벅이된 나라에서 이런 분이 우리 지역 출신인 건 자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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