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원주 남산 동네의 도시재생 유감
<김대중 칼럼> 원주 남산 동네의 도시재생 유감
  • 김대중
  • 승인 2017.05.22 0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중 <박건호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원주시 원동에 남산(南山)이라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KBS방송국과 원동성당 뒤편의 야산이다. 남부시장뒤편이고 구 원주여고의 옆쪽이기도 하다. 원주문화원 바로 앞산이고 강원감영에서도 불과 걸어서 10여분거리다. 그러니 이 산을 모르는 사람들도 원주의 도심 한가운데임을 쉽게 짐작할 것이다.

원주의 옛 도심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면 원동과 인동,그리고 평원동과 일산동 중앙동 봉산동 개운동 명륜동이 중심이었다는 걸 안다. 한마디로 이 남산을 중심으로 해서 원주란 도시는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이 일대는 원주란 도시의 탄생에서부터 중심이돼 온 것이다. 그 가운데에 있으니 남산이 원주란 도시에서의 위상은 충분히 상상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남산은 원주의 역사이고 문화이며 정체성의 상징이다.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이 추월대(秋月臺)다.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를 지내던 문장가 이민구(1589~1670)란 사람이 남산에 올라 치악산 위의 달구경을 즐기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의 시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지금 밥상공동체에서 길을 건너면 추월대길이 나온다. 그길로 올라가면 추월대 보인다. 지척에 있는 강원감영의 위치도 이 남산을 근거로 잡혔다고 한다.

역사문화뿐 아니다. 산을 빙 둘러 싸듯이 다닥다닥 집을 짓고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해방과 한국전쟁이란 우리의 근현대사를 통한 생활상과 시간의 잔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람 한명이 지나 다닐수 있는 좁디 좁은 골목길. 경사가 심해 허리를 굽혀야 오를 수 있는 골목길로 연결돼 있다. 집들은 모두 낡고 노후됐으며 빈집들은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전기보일러도 없고 차도 다니지 못해 해마다 밥상공동체의 연탄 봉사활동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동네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처럼 주택건물이 산을 완전히 덮지는 않았다. 집들을 나무와 작은 숲 사이 사이에 지었다. 녹지가 아주 양호하다. 야산의 숲을 조경으로 한 동네다. 봄이면 꽃들로 덮인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고 망가진 골목길을 손보면 남산 마을 전체가 예술 작품이될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이된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엔 비교안돼도 대한민국의 작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10여년전부터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동네는 곧 공사에 들어갈 분위기다. 그래도 이 동네만큼 근현대에 걸친 원주의 역사 문화가 남아 있는 곳은 없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아마 이런 것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원주만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삶의 흔적, 도심 문화는 흔적도 없이 제거되고 말 것이다.

서울 창신동은 이명박정부때 뉴타운 1호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이 스스로 해제했다. 그리고 도시재생으로 성공한 모델로 꼽히고 있다. 동네를 싹 밀어내고 새로 짓는 개발 대신 동네의 원래 모습을 보존하면서 도로와 휴식 등 공공 시설을 확충하는 거주 여건개선 방법으로 성공한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정부예산으로 매년 10조원씩 100곳에 재생사업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이 참에 문정부의 도시재생 공약에 올라타고 남산을 작품으로 다시 살렸으면 좋겠다. 원주의 혼을 스스로 죽이고 보물을 망칠순 없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