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가뭄 겪으며 물 쓰듯 물 쓰는 문화 바꾸자
<김대중 칼럼> 가뭄 겪으며 물 쓰듯 물 쓰는 문화 바꾸자
  • 김대중
  • 승인 2017.06.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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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박건호기념사업회 사무총장>

가뭄이 심각하다. 어른들은 만나면 인사가 가뭄 걱정이다. 저수지마다 말라들어가고 밭작물들이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다. 양수기를 동원하고 스프링클러를 돌리고 야단이다. 지난 1일 낮에 찔끔 한번 내렸다. 그야말로 몇 방울이었다. 요새 비에 대한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일기 예보에 1mm 내릴 거라고 하면 한방울이고 5mm 내릴 거라고 하면 다섯 방물이라고 한다. 지금 정도의 가뭄이면 최소 30mm 이상 내려야 땅속까지 적셔 줄수 있다고 한다.

재작년에도 5월 가뭄이 심각했다. 4월말에서 시작해서 한 달을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피해가 컸다. 옛날에는 가뭄이 한 국가의 존립을 좌지우지 했다. 가뭄이 심해져서 농사를 망치면 굶주림과 질병이 창궐하면서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내며 하늘에 빌고 빌었다. 나랏님의 부덕때문이라고도 했다. 요즘도 아프리카쪽의 가난한 나라들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물이 부족해도 잘사는 국가들은 해결할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극복을 못한다.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쪽에는 마실 물이 부족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전 EBS다큐멘터리에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12살짜리 소녀의 이야기가 나왔다. 부모를 잃고 남동생과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 소녀는 동생이 마실물을 달라고 하자 집에 물이 없어 양동이를 들고 물을 푸러 떠난다. 그런데 마실 물이 있는 연못 같은 곳까지 걸어서 무려 2시간 거리다. 오후 늦게 출발한 소녀는 물을 양동이에 퍼 담아 머리에 이고 집을 향했다.

신발도 없어 맨발에 머리엔 무거운 물 양동이까지 이었으니 돌아가는 시간은 더 걸렸다. 어두워질까봐 길을 재촉했지만 결국엔 깜깜한 밤이되고 기다리는 할머니와 남동생은 걱정이 태산이 됐다. 마침내 집에 도착해서 남동생에게 물을 먹이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먹을 물을 구하기위해 어린 아이들이 저토록 고생을 하는데 우리는 물을 어떻게 생각하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물의 고마움도 모르고 그러니 물을 물 쓰듯 하고 산다.

한국도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된다. 아프리카쪽 나라들이야기라고 남의 일처럼만 보면 안된다. 지금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이 심해지고 지하수도 줄어들면 그들처럼 물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에 대한 인식을 이제 바꿔야 한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하늘의 탓이라고만 하는 것은 옛날 미개한 시대에나 하던 생각이다. 비가 내리면 땅속으로 스며들고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장(鋪裝) 만능주의에 빠져 도로라고 생긴건 모두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한다.

도시도 온통 포장을 해 빗물이 스며들 틈이 없다. 어떤 집들은 마당까지 포장이돼 있다. 빗물이 머물지 못하고 내리자마자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 사라져 버리니 가뭄이 조금만 심해도 강바닥이 드러나고 땅은 바싹 바싹 말라간다. 압축성장의 시대를 거친 개발주의 문화의 산물이다. 포장 만능의 문화는 이젠 버려야 한다. 농촌에서 욕할지 모르지만 비닐로 온 들판을 덮는 농사도 이젠 생각좀해봐야 한다. 인간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건강하고 풍부해야 인간사회는 물론 자연도 건강할 수 있다. 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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