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경동대, 원창묵 원주시장 특강 '유감'
<비로봉에서>경동대, 원창묵 원주시장 특강 '유감'
  • 편집국
  • 승인 2017.06.12 04:58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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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 7일 오후 문막읍 후용리에 위치한 경동대학교 메디컬캠퍼스 선덕종합체육관은 왁자지껄했다. 학생과 교직원 1,800명이 꽉 들어찬 가운데 원창묵 원주시장이 환호성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원주시의 미래와 청년’이란 주제의 특강을 위해서다. 경동대학교는 경기도 양주에 메트로폴캠퍼스, 강원도 고성에 글로벌캠퍼스, 원주에 메디컬캠퍼스가 있다. 학교 측은 그동안 ‘취업사관학교’, ‘입학이 곧 취업’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맞춤형 인재양성의 요람이라고 유난히 강조했다. 앞으로 문막메디컬캠퍼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해졌다.

원 시장의 약력소개, 내빈소개에 이어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경동정신을 낭독하는 순서가 됐다. 이 학교의 교육목적인 경동정신은 “충효인경(忠孝仁敬)의 민족적 품성과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실천적 태도를 바탕으로 새 문화 창조와 지역사회, 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한 봉사에 앞장선다”는 내용. 충효인경은 세종대왕께서 전의에게 내린 글인 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仁敬)의 준말이다. ‘가정에서는 나라에 충성하고 효도하는 법도를 전승하도록 하고, 사회에서는 대대로 남에게 인자하고 공경하는 가풍을 지키도록 하라’는 뜻이다. 자강불식은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경동정신을 낭독하려는 순간 학생들은 짜증 섞인 말투로 ‘에이’라는 말과 함께 마지못해 ‘경동정신’을 낭독하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에 학생들 사이를 오가는 심한 잡담에 경동정신은 들릴락 말락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원 시장은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참석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동대학교가 원주에 잘 정착할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 시장은 평소 지론인 ‘안 되면 되게 하여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리고 각종 원주시 현안사업을 어떻게 추진해 왔는지, 세세하게 설명하며 학생들이 미래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Tip)을 제시했다. 이날 특강은 대학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특강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볼썽사나운 태도는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국민의례 때 일부 학생들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핸드폰으로 카톡을 하거나 옆 좌석 친구와 잡담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요즘 젊은 세대가 아무리 애국심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눈을 의심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런 상황은 국민의례가 끝날때까지 계속됐다. 원 시장이 본격적으로 특강을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학생들의 방청 태도가 문제가 됐다. 특강내용을 정확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오죽했으면 교수로 보이는 교직원들이 1,2층을 다니며 손으로 ‘쉬’하며 조용히 하라고 당부했을 정도였을까. 체육관이란 밀폐된 공간에서 나 하나 쯤이야 하는 조잘거림이 모여 한데 어우러지면 큰 울림으로 다가와 결국 큰 소음으로 다가온다. 이런 풍경에 일부 점잖은 학생들은 짜증섞인 반응까지 보였다.   

학교 측은 특강장소로 체육관을 선택하는 등 ‘특강의 규모’(?)에 꽤 신경을 쓴 눈치였다. 그러나 어렵게 마련한 특강에서 보여준 학교 학생들의 모습에서 '경동정신'은 무색해 보였다. 물론 일부 학생들의 문제로 치부할수 있지만 그 ‘일부’라는 의미가 현장에서 취재했던 기자의 생각에는 너무 크게 다가왔다. ‘원주시정 최고 책임자’, ‘원주시민의 대표’인 자치단체장을 초청해 그런 대접을 하는 것은 기본이 안돼도 한참 안됐다고 볼 수 있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은 충효인경은 공허한 메아리다. 진심이 우러나지 않은 자강불식은 단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날 모처럼 내린 빗줄기가 경동대학교 메디컬캠퍼스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그 비를 피해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뭄의 단비처럼 그 비와 함께 학교 측의 그릇된 모습도 말끔히 씻겨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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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7-06-17 17:00:39
네 편집장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일단 경동대학교 학생들, 그날 우리의 태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것 인정합시다.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우리가 항상 듣고싶은 말만 듣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장님이 오셨는데 매우 웃고 떠드는 태도는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부러웠습니다. 우리 앞으로는 그런 행동 하지 맙시다. 우리가 우리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행동이였습니다.

편집장 2017-06-15 06:24:54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지면 기사를 통해
댓글 다시는 분들에게,
아니 시민들에게 저의 입장을 공개하겠습니다.

편집장 2017-06-15 06:22:53
원주신문은
'이사장이 시장의 이름을 연호하도록 유도해 실제 학생들이 시장 이름을 연호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 칼럼에는 실제 그런 내용의 댓글도 달려있어 정황이 뚜렷해 보입니다. 이사장의 사전선거의혹을 추가 보도할 계획입니다. 어제(14일)경동대학교측에 '학교측의 입장을 달라'고 문자로 요구했습니다. 아직 답변이 없습니다. 답변해주시길 다시한번 촉구합니다. 제 칼럼에 명예훼손적, 모욕적 요소가 있다면 소송, 또는 언론중재위에 제소하십시요. 아래 댓글처럼 익명성을 무기로 분풀이식으로 하면 안됩니다. 커튼뒤에 숨지마십시요.

편집장 2017-06-15 06:10:30
기사는 스트레이트기사,기획기사, 칼럼으로 구분됩니다. 논란을 산 <비로봉>에서는 칼럼입니다. 칼럼은 단순 팩트만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다르게 개인의 주관이 반영됩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있죠, 표현의 자유가 있고, 저는 26년 경력(일간지, 지상파 방송사)의 언론인으로서 저의 소신과 철학에 따라 제 의견을 지면에 담아 보도할 권리가 있고 시민들은 그런 사실에 대한 알권리가 있습니다. 여기 댓글 단 분들이 저를 공격하는 것처럼 말이죠.

편집장 2017-06-15 06:06:16
댓글 잘 봤습니다.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군요.
아무튼 부족한 제 칼럼에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의 가치판단은 기자의 몫입니다.
저는 특강의 규모성, 원주시장이라는 저명성,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시의성이 있어 뉴스가치가 크다고 봤습니다. 저를 포함 후배기자 1명과 현장에 갔습니다. 저는 2층에, 후배기자는 연단 바로 앞에 앉아서 취재했습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