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치악산 황장목 숲길로 원주의 품격을 높이자
<김대중 칼럼>치악산 황장목 숲길로 원주의 품격을 높이자
  • 김대중
  • 승인 2017.07.1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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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박건호기념사업회사무총장>

명산 치악산. 그 치악산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구룡사 쪽이다. 구룡사 쪽으로 치악산을 탐방할 때는 가는 길에 꼭 지나는 곳이 있다. 어쩌면 수없이 지나고도 몰랐을 수도 있다. 바로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왼쪽 산비탈 쪽에 있는 황장금표(黃腸禁標)이다. 땅에 누운 큰 바위에 새겨진 황장금표 글씨가 선명하다. 여기에 초라한 울타리와 함께 강원도기념물 제30호란 표지판과 함께 설명이 있다. 황장금표는 이 일대의 황장목은 궁궐에서 임금을 위해 사용하는 소나무이니 벌채를 금한다는 의미의 경고 표지판이다.

황장목은 흔히들 금강송이라 부르는 우리 소나무에 대한 이름이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속이 누렇고 질이 단단한 오래된 소나무란 뜻이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왕의 관을 만드는데 쓰였다. 왕의 나무다. 그래서 나라에서 전국에 60개소의 황장목 군락지를 봉산(封山)으로 지정했다. 지정만 한게 아니라 임금의 특명으로 경차관을 파견해 관리까지 했다.

이곳 황장목은 강원감영에서 가까워 관리도 잘된데다 한양이 가까워 운반도 편리해 조선 왕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황장금표에서부터 구룡사를 지나 대곡야영장까지 올라가면서 양쪽으로 늘어선 쭉쭉 뻗은 소나무들의 자태가 참으로 비범하다. 왕의 나무들처럼 보인다. 매표소 입구부터 군락을 이뤄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도열하듯 늘어선 황장목 소나무 숲길은 감동 그 자체다. 황장목 숲이 하늘을 가려 무더운 삼복에도 걷는데 최고다. 수려한 계곡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은 푹푹 찌는 더위를 날리고도 남는다. 구룡사 바로 맞은편 계곡 건너편의 전나무 숲길도 압권이다. 40~50여년전 화전을 정리하면서 심었던 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울창하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 부럽지 않다. 명상과 힐링을 원하는 탐방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몸과 마음이 말끔히 정화된다. 대한민국 대표 길이 되고도 남는다.

지자체마다 걷기 길을 만드느라 바쁘다. 제주올레길의 영향이 크다. 문경새재길, 강릉바다부채길 등 다양한 이름의 길을 만들어 내놓고 있다. 원주는 지역의 정체성을 지닌 길이 없다. 상징하는 길도 없다. 외부 관광객들에게 추천하고 자랑할 길이 없다. 그래서 황장금표란 멋진 역사를 소재로 스토리텔링 한 황장목 숲길을 원주의 브랜드 길로 내세우고자 황장목 숲길 걷기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필자가 추진위원장이돼 황장목 숲길 걷기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올 초부터 준비해 다음달 12일 열린다. 뒤에는 송기헌국회의원의 전폭적 도움이 있었다. 국립공원 치악산관리사무소 앞쪽 주차장에서 시작해 세렴폭포까지 왕복 9km 정도를 걷는다. 남녀노소 걷기 편한 길이다. 이날 오전9시 개회식 때는 원주를 상징하는 브랜드 길을 목표로 한 치악산 황장목 숲길 선포식이 있다. 구룡사 마당에서 가벼운 산사 음악회를 갖는다.

절밥으로 점심을 하고 이날 행사와 관련한 주제로 가벼운 세미나를 연다. 완보한 참가자들은 원주의 옻칠 장인들이 만든 짜릿한 옻칠 주걱 선물도 받는다. 황장금표와 황장목, 그리고 구룡사의 풍성한 스토리텔링에다 빼어난 치악산의 경치와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황장목 숲길은 세상 어느 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원주의 격을 높여 새로운 걷기 놀이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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