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를 생각해 본다
<비로봉에서>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를 생각해 본다
  • 심규정기자
  • 승인 2017.07.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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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 27일 문막복지회관에서 열린 SRF열병합발전소 설명을 위한 의정보고회를다녀왔다. 자유한국당 김기선 국회의원이
주최한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발전소가 가동될 경우 그폐해와 현재 추진상황, 앞으로 전망과 질의응답까지 무려 2시간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의정보고회지만 지역의 다른 현안은 아예 언급조차 안됐다. 참석자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우산동 악취문제를 해결해 달라”, “청년실업 대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찬반측이 충돌 일보직전까지 가자, 한 참석자는 발언권을 얻어 “의정보고회인지, 갑론을박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측으로서는 적잖이 당황해 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 의원에게 과연 의정보고회는 어떤 의미일까’. 그래서 김 의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ksun290)에서 의정보고회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봤다. 의정보고서는 1건(2016년 1월)발행했다. 의정보고회는 지난 2015년 1월, 같은해 11월, 그리고 이번 행사 등 모두 3건이었다. 김 의원의 지역구에는 14개 읍․면․동이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의정보고회 3건 가운데 2건을 문막지역에서 열었다는 점이다. 문막지역은 잘 아시다시피 SRF열병합발전소 추진문제로 ‘갈등의 화약고’가 된지 오래다. 김 의원은 이 현장에 당당히 뛰어 들었다. 찬반이 극명한 현안인 만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문제가 무엇인지, 당연히 챙겨봐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2015년, 2017년 상황을 돌이켜 보면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 여럿 있다. 같은 장소, 같은 주제에, 그리고 반대논리는 역시 예나 지금이나 녹음테이프를 틀듯 똑 같았다. 사업자와 원창묵 시장이 재반박하고, 이를 다시 되받아치는 상황이 연출됐다. 때문에 ‘먼 친척보다 가깝다’는 이웃사촌은 어느 순간부터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삿대질하고 멱살잡이하고, 울그락 불그락 얼굴을 붉히는 신세가 됐다. 인구 2만명도 안되는 작은 지역에서 소지역주의까지 연출됐으니 ‘망조구먼, 망조’라는 한 어르신의 한숨이 문막지역의 현주소를 그대로 웅변해 주고 있었다.

김 의원은 그간 SRF열병합발전소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확성기 틀 듯 강조해 왔지만,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김 의원 말이 맞다면 정부 관계자는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요. 김 의원 말이 사실과 다르다면 김 의원은 시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는 중앙무대에서 다양한 지역현안을 어떻게 챙겨왔는지, 그리고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해서 앞으로 의정활동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대안을 고민하는 생산적인 자리가 아닌가.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원주시의 현안이 SRF열병합발전소 뿐인가요”라고 쏘아 붙였다.

김 의원이 그토록 애정(?)을 갖고 있는 문막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금 문막은 여주~원주전철역 구간에 문막역을 신설하는 게 최대 화두다. 그런데 원주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김 의원은 문막역 신설을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인구는 지난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초저녁만 되면 상가는 한산해 적막감 마져 감돈다. “이게 공단이 7개(조성되거나 추진중인 것 포함)나 위치해 있는 ‘공단도시’라고 할 수 있냐”는 지적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역경제를 살릴수 있는 묘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날 의정보고회에서 한 어르신의 일장연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의원께서 반대측과 그토록 고생해서 배출오염물질 기준치가 대폭 강화됐다”며 “이제 정부의 결정을 지켜보자”고 점잖게 꾸짖었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국회 감시사이트인‘열려라 국회’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해 도내 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2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평가에도 지역에서는 ‘실익도 없는 SRF열병합발전소 반대프레임에 매몰된 정치인’, ‘트러블 메이커’란 소릴 듣는지 아주 답답하다. 노력한 만큼 민심으로부터는 저평가받고 있다고 본다.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을 이끌어 내는 거중조정자의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게 시민들의 바램이다. 김 의원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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