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친일문학상과 문학
<세상의 자막들>친일문학상과 문학
  • 임영석
  • 승인 2017.08.2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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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학평론가>

우리나라에는 문학단체나 기관, 신문사, 문예지, 등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이 400여 개가 넘게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문학상에 대한 권위와 위상이 각각 다르다. 문학은 문학을 하는 개인은 물론 그 지역과 그 나라의 정신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근래 민족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친일 찬양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일본의 식민통치를 미화 찬양하고 전쟁 동원을 선전, 선동했던 ‘부역문학’에 앞장섰던 문인들을 기리는 문학상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친일 문학상이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모윤숙, 유치진, 미당 서정주, 김동환 등의 문학상을 꼽는다. 이들의 문학상의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로는 치열한 자기반성이 없는 위선과 역사적 사명이 없이 그들에 대한 문학성만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일이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시대적 과오라는 말을 한다면 그들의 주장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그 시대적 과오에 대한 자기반성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 친일 가담 문학인이 사망한 시대를 보면 최남선 1957년, 이광수 1950, 모윤숙 1990년, 유치진 1974년, 서정주 2000년에 각각 사망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시간에 대한 잘못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다. 애국이란 말은 자기 자신이 살아가는 나라를 사랑하라는 말이다. 애국의 반대는 매국이다.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매국을 하였다고 한다면 애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정당성도 모두 잃게 된다.

친일에 가담한 문인들의 대표작을 보면 다음과 같다. 최남선 詩 ‘해외에서 소년에게’, 이광수의 소설 ‘무정’, 모윤숙 詩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유치진 詩 ‘생명의 서’, 서정주 詩 ‘국화 옆에서’, 등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들 친일에 가담한 문인들의 문학 작품도 이 나라의 소중한 가치의 자산이다. 하지만 그 소중한 문학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치열한 자기반성의 정신을 옹립했어야 했다.

우리는 친일에 가담한 문인들의 역사적 인식을 바로 알고, 그들 문학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옥에서 살아간다고 모두 악마가 되어 살아가야 한다면 그곳은 더 이상 지옥을 벗어날 수 없는 곳이다. 일본 식민 통치를 찬양한 그 자체를 이력에 밝히고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비단 문학인만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문학인에 한정하여 친일 가담 문학인을 기리는 문학상에 대하여 언급했을 뿐이다. 때문에 송경동 시인은 스스로 미당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것 자체를 거부하며 친일 문학상에 대한 문제를 몸으로 거부한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은 시를 발표했다.

천상병시문학상을 받는 날 / 오전엔 또 벌 받을 일 있어 / 서울중앙법원 재판정에 서 있었다 / 한편에서는 정의인 게 / 한편에서는 불법, 다행히 / 벌금 삼백만원에 상금 오백만원 / 정의가 일부 승소했다 / 신동엽문학상 받게 됐다는 / 소식을 들은 날 오후엔 / 드디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 벅찬 소식을 전해 들었다 / 상 받는 자리는 / 내 자리가 아닌 듯 종일 부끄러운데 / 벌 받는 자리는 혼자여도 / 한없이 뿌듯하고 떳떳해지니 / 부디 내가 더 많은 소환장과 /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주인이 되기를 / 어떤 위대한 시보다 / 더 넓고 큰 죄 짓기를 마다하지 않기를

  • 송경동 詩 「시인과 죄수」 전문

무엇이 진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역사다. 적어도 역사적 진리에 반하지 않는 그런 문학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정한 개인의 문학상은 그 삶과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역사적 과오로 인하여 문학의 위상이 떨어진다면 그 문학상은 문학의 발전을 위해 폐지되거나 다시 한 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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