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49) 현악기(strings) ⑧ 찰현악기의 주법들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49) 현악기(strings) ⑧ 찰현악기의 주법들 (下)
  • 최왕국
  • 승인 2017.09.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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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8) 포르타멘토(portamento)와 글리산도(glissando)

일반적으로 한 음과 또 다른 음 사이를 미끌어지듯 연주하는 것을 ‘포르타멘토’ 또는 ‘글리산도’라고 하는데,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의 찰현악기는 기타(Guitar) 처럼 음정을 구별해 주는 프렛(fret)이 없기 때문에 음과 음 사이의 미세한 미끌어짐이 가능하다. 민방위 훈련 할 때 울리는 싸이렌 소리를 생각하면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바이올린에서 글리산도나 포르타멘토를 연주하려면 왼손가락 하나를 바이올린의 어느 지판에서 시작하여 다른 한쪽으로 미끄러뜨리면서 오른손으로는 활을 그으면 된다. 아래로부터 위로 가는 것도 가능하고,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포르타멘토와 글리산도라는 용어는 큰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굳이 그 차이를 말하자면 포르타멘토는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음을 연결하여 감성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말 한다고 하지만, 사실 작곡가들은 별다른 구별 없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포르타멘토는 두 음 사이를 미끌어지듯 이어서 연주하는 것이며, 글리산도는 피아노나 하프처럼 음과 음 사이를 계단식으로 이어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지만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포르타멘토와 글리산도의 표기법은 출발음 부터 도착음 까지를 실선으로 연결시켜 주면 되는데, 확실한 연주 지시를 위하여 그 실선 위에 ‘gilss’ 또는 ‘port’라고 써 놓기도 한다.

9) 꼴레뇨 (Col legno)

‘꼴레뇨’는 활의 활모(말총) 부분이 아닌 나무 부분으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하는데, 활모 부분에 비하여 마찰력이 적기 때문에 음량 또한 작다.

꼴레뇨 주법에는 활의 나무 부분을 현 위에서 움직이며 연주하는 ‘꼴레뇨 뜨라또(tratto)’ 주법과 활대(나무 부분)를 가지고 현을 때리는 ‘꼴레뇨 바뚜또(battuto)’ 라는 주법이 있다. 전자는 주로 트레몰로 주법에서 쓰이며, 후자는 음정이 명확하지 않은 타악기 적인 사운드를 낸다.

10) 술폰티첼로 (sul ponticello)

이태리어로 ‘sul ponticello’, 영어로 ‘On the bridge’, 독일어로는 ‘am Steg’이라 부르는 이 주법은 정상적으로 활을 긋는 부분이 아닌 브리지의 바로 옆이나 위의 현을 긋는 것인데, 주로 초고음역의 소리를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할 때 쓰인다. 이 주법은 브리지와 가까운 부분을 긋기 때문에 유리를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은 금속성 소리가 나며 곡 중에서도 특수한 느낌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주로 쓰이게 된다. 고전적인 음악 보다는 현대의 실험적인 음악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11) 중음 주법 (double stop)

중음주법이란 두 개의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손가락으로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기타는 아무 현이나 동시에 연주하거나 여러 개의 현을 동시에 연주해도 되지만, 찰현악기는 활로 현을 그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바로 옆의 현 끼리만 함께 연주할 수 있다.

찰현악기는 지판이 약간 동그란 모양으로 되어 있다. 만약 기타 처럼 지판이 평평하면 활로 그을 때 한 줄만 그어지지 않고 모든 줄이 다 건드려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보 연습생들은 활긋기 연습을 할 때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는 연습에 매진하여야 한다. 그러나 더블스탑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두 줄을 한꺼번에 연주할 수 있다.

한 편 한꺼번에 세 줄씩 연주하는 것을 ‘triple stop’, 네 줄 모두 연주하는 것을 ‘quadruple stop’이라고 하는데, 찰현악기의 지판이 동그랗게 되어 있기 때문에 트리플 스탑이나 쿼드러플 스탑 같은 경우에는 세 줄, 혹은 네 줄을 동시에 연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 음과 두 음, 또는 두 음과 두 음을 꺾어서 연주하게 된다. 간혹 트리플 스탑을 연주할 때 활대에 힘을 주어 가운데 현을 눌러서 세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포르테(f) 이상의 강한 음만 낼 수 있다.

12) 하모닉스 (harmonics)

‘하모닉스’란 현악기에서 낼 수 있는 여러 배음들 중 특정한 배음 하나만을 내는 주법을 말한다. 이러한 하모닉스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왼손으로 지판을 꽉 누르지 않고 현 위에 살짝 손가락을 얹어 놓아야 하는데, 자연적인 하모닉스를 연주할 때는 개방현에서 어느 지점에 손가락을 살짝 얹어 놓기만 하면 되고, 인위적인 하모닉스를 연주할 때에는 일단 검지손가락으로 소리를 내고자 하는 음을 누른 다음에 그 지점에서 완전 4도 위의 지점에 약지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면 된다. 하모닉스의 소리는 술폰티첼로 주법보다도 훨씬 더 금속성의 소리가 나며 마치 피콜로나 플륫의 고음과 같은 음색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래 링크된 유튜브 동영상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으로, 악장의 맨 끝 (6분 50초 경) 오보에 솔로가 끝나는 부분에서 독주 바이올린의 하모닉스 연주가 나온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지만, 음악에서는 ‘백독이 불여일문’이다. 글로 백 번 읽는 것 보다는 한 번 들어 보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https://youtu.be/8hC0dWIHZ0U  (클릭)

유튜브 검색어 :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맨 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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