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방한담> 차는 맑아야...
<차방한담> 차는 맑아야...
  • 금태동
  • 승인 2017.08.28 07:10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금태동<시인>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문화의 척도다. 오직 인간에게만 문화가 존재한다. 오늘날 인류가 향유하는 문화적 품격의 원조는 차 생활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헌을 토대로 볼 때 차의 역사는 오천년에 이른다. 사실 차는 문화적 발현이 아니라 의식주의 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왜 차를 마시기 시작 했는가?”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산천경계가 수려하고 물이 맑은 우리나라는 사실 차의 필요성이 별로 없었다. 척박한 땅에 사는 대륙의 사람들은 그냥 물을 마실 처지가 되지 못했다. 누런 물이 흐른다 하여 ‘황하(黃河)’라 이름 붙여진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물을 끓여서 마셔야 했고, 그조차 나물이나 풀을 뜯어 넣고 끓여 먹는 것이 더 맛있고 유익 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무 밑에서 물을 끓이는데 나뭇잎이 떨어져 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물을 마셨더니 정신이 맑아지고, 심신의 피로가 사라지기에 이를 기이하게 여겨 같은 나무의 잎을 따서 끓여 먹은 것이 차 생활의 시초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의 주인공인 촉한의 승상 제갈 량이 남만을 정벌 할 때 군사들이 풍토병에 걸려 고생을 했는데, 현지인에게 지혜를 빌려 찻잎을 가마솥에 우려 마시게 했더니 씻은 듯이 낳았다고 전하며, 이후 제갈 량은 방대한 지역에 차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하였다. 운남성 보이현에서는 크게 동상을 세우고, 해마다 축제를 벌이며 그를 거의 차의 신으로 숭상하고 있다. 미루어 보아도 차는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알 수 있다. 차를 사랑하는 사람은 좋은 차를 접하는 것이 매우 행복한 일이다. 좀 더 좋은 차를 찾아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좋은 차는 맑은 차다. 맑은 차를 나름대로 정의 한다면 ‘농약과 비료로부터 자유로운 차, 곧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 지역의 차’다. 지금은 외지 여행객의 숱한 방문으로 많이 변하긴 했지만 히말라야 동남쪽 해발 이천 미터를 넘나드는 고도의 청정 지역 산간에는 수백 년 된 차나무가 즐비하다. 더 맑은 차를 찾아 더 깊은 곳을 여행하며, 오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내게 있어 매우 행복한 일이다. 맑은 차를 생각하면 입이 마르고 침이 고인다. 차 한 잔을 우려 혀끝을 적시면 온 몸에 상서로운 기운이 활짝 퍼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시(茶詩)는 당나라 시인 옥천자(玉川子) 노동(盧仝)의 '칠완다가'다.

一碗喉吻潤 二碗破孤悶 三碗搜枯腸 惟有文字五千卷 四碗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碗肌骨淸 六碗通仙靈 七碗喫不得也 唯覺兩腋習習淸風生.

첫째 잔은 목과 입술 적시고, 둘째 잔은 외로운 고민 달래며, 셋째 잔은 마른 창자 헤쳐주니 오직 뱃속에는 문자 오천 권이 있을 뿐이라오.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내니 평생에 불평스러운 일 모두 땀구멍 향해 흩어지게 하네. 다섯째 잔은 살과 뼈대(肌骨)를 깨끗하게 하고 여섯째 잔은 신령(神靈)을 통하게 하며,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이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습습히 청풍이 읾을 느끼네.

천년의 시공을 달리하는 차인 옥천자의 이 시가 오늘날에도 널리 울리고 있으니 “세상의 음식 이름 뒤에 ‘도(道)’자를 붙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차밖에는 없다”는 말의 진의를 생각게 한다. 다반향초(茶半香初)요, 수류화개(水流花開)다. 내게는 차가 중심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희경 2017-08-30 14:56:59
차에대한 이해를 많이 알게되었습니다~~^^
그냥 마시는 차만을 생각했는데....
기원이나 의미를 들으니 더욱 차맛을 즐길수 있겠어요~~^^

최영순 2017-08-29 11:40:05
좋은글 감사합니다^^

bn 2017-08-28 15:50:42
효리네 민박에서 이상순과 이효리가 다구를 갖추고 보이차를 우려마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그와 같은 다구를 갖추고 종종 보이차를 우려마십니다.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차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