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문학 주간에 문학도시를 꿈꾸며
<세상의 자막들>문학 주간에 문학도시를 꿈꾸며
  • 임영석
  • 승인 2017.09.1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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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학평론가>

독서(讀書)란 ‘읽을 독(讀)에 쓸 서(書)’를 붙여 말하는 것이다. 즉, 쓴 글을 읽는다는 뜻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른이 될수록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통계 때문이다. 독서 인구의 74%가 10대 이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9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문학 주간으로 설정하여 문학 전문 서점 등을 소개하고 작가와의 만남 등의 행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서점들을 들러보면 학습 관련 서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요즘 서점의 풍경이다. 서점에서 순수 문예지의 진열은 아득히 먼 옛날이야기처럼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여 개의 문예지가 발행되고 있다. 수많은 문예지가 발행되고 있음에도 일반인이 쉽게 구독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순수문학의 풍토가 그만큼 열악하고 문학인의 삶이 얼마나 궁핍한지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부주간을 맡고 있는 종합문예지 계간 ‘스토리 문학’을 예를 들어 보겠다. 1년에 4회 330쪽 정도의 문예지 발행에 인쇄비만 1회 500만 원정도 지출된다. 지령 100호를 맞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련을 발행인은 겪었다. 부주간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예지가 폐간되는 것을 막아보자고 해서 월 1인 1만 원 후원을 몇 년 전부터 실행하고 있다. 다행히도 60여 명의 문학인이 후원에 참여를 해서 발행에 도움을 주고 있는 형편이다.

대다수 문예지가 원고료 없는 문예지를 발행하고 있다는 것은 발행인의 살을 깎아먹는 꼴이 다. 몇몇 대형 출판사가 발행하는 문예지나 재단 등의 지원이 없는 출판사는 원고료가 없이 문인들에게 문예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지역의 문인 협회나 작가 회의와 문학 동인회 등은 그 지역의 문화재단의 기금을 지원받아 년간집을 발행하거나 문학 활동을 한다. 지역마다 그 활동 수준을 평가하는 창작 수준은 분명히 다르다. 각 지역마다 문학인의 창작 수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문학은 체육이나 음악 등에 비해 대중성이 약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중성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낭송회, 낭독회 등이 성행하고 있지만, 필자는 낭독회, 낭송회 등은 대중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지 창작의 연속성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낭독회나 낭송회 등의 지원보다는 개인의 창작물에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문학은 작품을 평가받는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적인 활동이라 생각한다. 원주에서는 원주문인 협회가 주관하는 생명 문학제를 지난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치악산 성남리 상원사와 금대리 영원사 등산로 진입로에 시화를 전시하고, 9월 23일 오후 3시에는 생명문학 6집 출판기념회와 복효근 시인을 초대하여 ‘삶을 가꾸는 시읽기’ 문학 강연을 박경리 문학공원 5층 회의실에서 있을 예정이라 한다.

  • "꼬이지 않으면 라면이 아니다? // 그럼 꼬인 날이 더 많았던 / 내 살아온 날들도 / 라면 같은 것이냐 // 삶도 라면처럼 꼬일수록 / 맛이 나는 거라면, / 내 생은 얼마나 더 꼬여야 / 제대로 살맛이 날 것이냐 //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 이름조차 희한한 ‘생라면’을 먹으며, / 영락없이, // 맞다, / 생은 라면이다" -오인태 詩 ‘라면 같은 시’ 전문

문학 주간을 맞아 바램이 있다면 서점과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순수 문예지가 다시 서점의 진열대에 비치가 되고 도서관의 열람 목록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순수와 열정으로 창작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순수 문예지의 문학작품이야말로 오인태 시인의 시 ‘라면 같은 시’처럼 우리 생을 다시금 바라보게 할 것이다. 문학도시를 꿈꾸는 원주시청 로비에 많은 문예지를 시민들이 읽을 수 있게 진열되어 있다면 문학 도시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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