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1) 교향곡 이야기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1) 교향곡 이야기
  • 최왕국
  • 승인 2017.10.16 0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7편과 8편에서 소나타와 칸타타를 비교한 적이 있었고, 20~22편에서는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에 관하여 다룬 적이 있었지만, 교향곡에 대한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교향곡(symphony)'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7편에서도 말 한 바 있지만, 교향곡이란 한마디로 말하자면 관현악단이 연주할 수 있게 작곡된 소나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같은 원리로 피아노 독주를 위해 작곡된 소나타는 피아노 소나타, 현악 4중주를 위해서 작곡된 소나타는 그냥 '현악 4중주', 관현악단과 독주 악기의 협연을 위해서 작곡된 소나타는 '협주곡, 관현악단의 연주를 위해서 작곡된 소나타는 '교향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소의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클래식 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을 작곡함에 있어서 역대 작곡가들이 얼마나 신중하고, 정성스럽고, 신성시 하였는지는 말 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교향곡 작곡에 있어서 징크스라는 것도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교향곡 9번을 작곡하면 교향곡 10번은 다 쓰지 못하고 죽게 된다"라는 황당한 믿음(?)이었다.

그러한 믿음은 수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 작곡에 있어서 베토벤을 우상시 하는 풍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는데, 베토벤이 9번 교향곡까지 쓰고서 10번을 작곡하던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또한 베토벤을 잇는 또 하나의 천재 작곡가 슈베르트도 교향곡 10번을 작곡하던 중 운명을 다 했다는 것도 그러한 징크스를 떠받쳐 주는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베토벤과 슈베르트 이후의 작곡가들은 웬만하면 교향곡 작곡을 뜨문뜨문 하는 습관들이 생겼는데, 슈만과 브람스는 각각 4개씩, 멘델스죤은 6개의 교향곡을 남겼고, 차이코프스키도 역시 6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시벨리우스는 7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이처럼 낭만파 시대의 주요 작곡가들이 작곡한 교향곡이 10개를 넘기지 못하게 되고, 교향곡의 대가인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 : 보헤미아 1860 ~ 1911) 또한 실질적인 교향곡 9번에 해당되는 관현악곡을 교향곡이라는 명칭 대신 '대지의 노래'라고 명명하였는데, 결국 말러도 그 이후 실질적인 교향곡 10번을 작곡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말러는 자신의 작품 "대지의 노래"와 후속 작품에 대하여 친구들에게 "대지의 노래가 실질적인 9번이고, 이 작품은 실제로 10번이나 마찬가지이니 내가 그 징크스를 깨는 사람이 될 걸세"라는 말을 하곤 했다고 한다. 말러가 그 징크스를 지독하게 의식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말러의 스승이었던 부르크너(Anton Bruckner, 1824~96)가 처음 작곡한 교향곡의 번호를 1번이라 하지 않고 0번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호사가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는데, 이를테면 부르크너가 생전에 교향곡을 하나라도 더 쓰고 죽으려고 0번 부터 시작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고, 부르크너가 음악 공부를 너무 늦게 시작하여 그의 첫 교향곡을 세상에 내어 놓을 자신감이 부족하여 0번으로 명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부르크너 또한 교향곡 9번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베토벤 이후 작곡가들의 교향곡 갯수가 10개를 넘기지 못하던 것과는 달리 초기 교향곡 작곡가였던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수 많은 교향곡을 작곡하였는데,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 오스트리아)이 작곡한 교향곡은 108개나 되며 그 뒤를 이은 모차르트 또한 41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베토벤 이후 대다수의 작곡가들이 10개 내외의 교향곡을 작곡한 것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양의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할 수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 작품들 중 유명한 것은 교향곡 45번 f#단조 '고별', 94번 G장조 '놀람', 100번 G 장조 '군대', 101번 D장조 '시계'와 102번 B♭ 장조, 103번 E♭장조 '대고 연타' 등이 있다. 

오늘 들으실 음악은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이다. 이 곡은 런던 교향곡이라 불리는 12곡 중 두 번째의 것인데, 하이든의 모든 작곡기법이 총동원된 역작이며 매우 웅장한 사운드의 음악이다. 여기서 '웅장한 사운드'가 의미하는 것은 소수의 귀족들만을 위한 교향곡에서 탈피하여 런던의 대형 콘서트홀에 모여든 청중들을 위한 곡으로 변모하였다는 것이다. 

이 곡이 '놀람'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유는 2악장에서 피아노(p)와 피아니시모(pp)의 잔잔하고도 마치 동요 같은 단순한 멜로디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포르티시모(ff)의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음악을 듣다가 졸고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깨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https://youtu.be/qG5Z9LzbQpQ (클릭)

유튜브 검색어 : 하이든 놀람교향곡 2악장

한편 '10번 교향곡의 징크스'는 근대 음악 시기에 들어와서 완전히 깨졌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Dmitry Dmitriyevich Shostakovich : 1906 ~ 1975)는 무려 15개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