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자막들>한글은 소통의 말이다
<세상의자막들>한글은 소통의 말이다
  • 임영석
  • 승인 2017.10.23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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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화평론가>

우리가 부르고 있는 한글이라는 이름은 1446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1910년 최남선, 주시경 등이 '언문(諺文)'이나 '조선문자(朝鮮文字)'라는 명칭 대신에 '한나라말'을 줄여 '한말'이라 쓰다가, 우리 겨레의 말글이란 뜻의 '배달말글'이란 용어를 1913년부터 '한글'이란 이름으로 사용하여 지금의 한글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1927년 동인지 〈한글〉이 간행되면서부터 오늘날과 같은 한글이라는 이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기려 한글날이란 기념일이 지정되었다고 한다.

한글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소리음을 갖고 있다. 필자는 한글이 우리나라 발전에 있어 국민과 국민들 사이에 소통의 장을 연 가장 커다란 공으로 삼고 싶다. 한글을 우리의 '국어'로 삼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일 한자를 지금까지 사용하였다면 이 나라 국민의 절반은 문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빠지면 안 될 만큼 많은 부분이 한자어로 뜻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자어의 특성과 한글의 특성이 조화되어 이제는 그 의미 전달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오랜 역사적 시간을 놓고 볼 때 한글의 발전은 국민 소통의 장을 확실하게 열었고, 이제는 한글이 우리의 국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나라의 근간은 국민이고 국민을 국민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말이다. 그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글을 통해 이어지고 지켜지는 것이다. 입과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언어가 과학의 발달과 산업의 발달로 이 세상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소수민족이 사라지고, 부족적 사회가 사라지고, 입과 입으로 전해지는 언어의 보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면 한글은 입과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적 언어들을 기록하고 그 뜻을 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에 최현배 선생의 한글날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본다.

 

  •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 긴 역사 오랜전통 지녀온 겨레 /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펴시니 /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네 / 한글은 우리자랑 문화의 터전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넉자는 / 그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 /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편하니 / 세계의 글자중에 으뜸이도다 / 한글은 우리자랑 민주의 근본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 한겨레 한맘으로 한데 뭉치어 /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꾼 / 바른길 환한길로 달려 나가자 /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나라에 / 한글은 우리자랑 생활의 무기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  
  • 최현배 작사 박태현 작곡 〈한글날 노래〉 가사 전문

 

한글학자로 일생을 살으셨던 최현배 선생께서 한글날 노랫말에도 분명히 그 뜻을 말했다. “이 글로 나라의 힘을 기르자”, 어떻게 보면 바른길 환한 길이 한글을 통해 더 빨리 더 정확히 바라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국어로 한글을 채택하였다는 것은 민주주의 그 이상으로 값진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이 없다면 민주적 의사결정도 하지 못한다. 한글은 한국의 발전에 있어 국민과 국민 사이의 가장 확실한 소통의 역할을 하였다. 물론 이렇게 한글의 발전을 위해 모진 역경을 이겨내고 한글을 지켜낸 한글학자들의 눈물 어린 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조선어학회가 있었고, 한글을 일상생활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발전시킨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본다.

외래어와 줄임말이 성행하는 요즘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국어 대사전을 펼쳐 놓고 낱말 하나하나 뜻을 새기며 문학의 꿈을 키웠던 35년 전의 나의 모습이 그 국어사전의 낱말처럼 지나간 추억들이 아득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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