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옛 원주여고에서 펼쳐지는 그림책의 꿈, 날개를 펴다
<문화칼럼>옛 원주여고에서 펼쳐지는 그림책의 꿈, 날개를 펴다
  • 전영철
  • 승인 2017.10.23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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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철<상지영서대 교수>

2013년 원주여고는 향교가 있어 지역이름이 명륜동인 옛 교사를 떠나 반곡동 혁신도시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그로부터 4년여 흐른 2017년 10월 전기도 끊기고 수도도 끊긴 옛 학교에 강당이었던 진달래관이 새롭게 원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바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원주시와 원주문화재단이 그림책시즌2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원주여고 강당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원주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원주로 방문하게 하고 있다.

원주에 그림책문화가 도입된 것은 박경리문학공원 한편에 폐차가 된 버스를 이상희 작가가 패랭이꽃그림책버스를 만들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안전상의 이유로 더 이상 그림책버스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으나 2016년부터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에 그림책을 특화콘텐츠로 공모에 응하여 지역의 그림책 자원을 발굴하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그림책 문화생산과 소비를 위한 활동가 양성 등을 실시하고 있다. 2년 만에 전국적인 단위에서 관심이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에 문화도시 지정신청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4년 만에 따뜻한 온기를 품은 옛 원주여고 강당은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의 전시와 공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합공간으로서 이미지가 중첩(重疊)되어 다가왔다. 학교의 교화였던 진달래를 붙인 진달래관은 여고강당 답게 위압적이지 않고 오히려 관중석 스탠드와 강단도 아담하고 예뻤다. 스탠드는 잘만 가꾸면 카페의 분위기를 내는 요즈음 핫 트렌드인 성수동 재생공간으로서의 카페 부럽지 않게 느껴졌다.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16일 동안 ‘그림책버스 달리다, 멈추다, 걷다’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행사는 수많은 청춘의 시대를 보냈던 원여인(원주여고 졸업생, 재학생을 일컫는 말)들의 꿈이 담긴 학교라는 장소성이 있는 공간과 책이라는 지식의 매체 그리고 약간은 부담감 없게 책을 문화적으로 승화시켜주는 그림책이 만나 미래의 원주의 소중한 문화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예상케 한다.

이 전시는 너무나도 기본에 충실한 그렇지만 전시기법이나 여러 가지 행사내용은 완성도가 높은 원주에서 보기 힘든 결과물로 보인다. 우선 한국그림책연감도서관에서는 한국의 모든 그림책을 아카이빙하고 도서관 형태로 이를 보여주고 세계 북페어에 나가 상을 탄 그림책, 트렌드를 반영한 그림책, 지역의 그림책을 큐레이션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전시, 그림책서점, 그림책워크샵, 그림책포럼, 강연, 토크쇼, 그림책버스 홈커밍데이, 플리마켓, 그림책 작가와의 대화 등등 그림책을 소재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사람과 그림책이 만나는 공간, 이번엔 옛 원주여고의 강당 진달래관이 된 것이다. 결국 장소와 공간에서 문화와 사람이 만나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원주가 그림책을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파주 헤이리마을에도 그림책 아트로드가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의자를 손수 목공예로 만들어주는 하가시가와(東川)에도 그림책도서관이 있고, 서울 옛날 철공소가 많던 문래동에도 그림책식당이 문을 열었고, 부여군 양화면 송정마을은 그림책마을을 공공디자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그림책이 주는 엄청난 확장성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 원주여고에서 펼쳐지는 16일간의 그림책과의 행복한 여행, 공간을 손하나 대지 않고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전시를 펼치고자 했으며 추석연휴까지 반납하고 전시준비를 벌인 원주문화재단 문화도시TFT팀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원도심의 소중한 문화거검이자 시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될 옛 원주여고 이번 전시가 소중한 기회가 되어 옛 원주여고가 원여인들의 기억과 추억을 그대로 담고 더 나아가 원주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라이프스타일의 제안공간으로 여러 가지 공간이 자리매김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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