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2) 금혼식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2) 금혼식
  • 최왕국
  • 승인 2017.10.30 0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금혼식이란 남녀가 만나 결혼식을 한 지 50년 되는 해를 기념하는 예식으로 축복과 사랑의 상징이다. 결혼을 스무살에 했다고 쳐도 금혼식을 하려면 신랑 신부가 모두 70세까지 이혼하지 않고 생존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금혼식을 맞이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엔 백세시대라고 해서 예전 보다는 금혼식을 좀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요즘에는 결혼 시기도 늦어졌을 뿐더러 이혼율도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 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오늘 이야기할 음악은 바로 이 "금혼식"을 주제로 만든 음악이다. <금혼식 (La Cinquantaine)>이라는 곡 제목만 들어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 보면 귀에 익숙한 곡이며,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병용 교재로 쓰이는 각종 "피아노 명곡집"이나 "소곡집" 등에 약방의 감초 같이 수록되는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한 가브리엘 마리 (Gabriel Marie, 1852~1928 ; 프랑스)는 보르도, 마르세이유 등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았으며 국민음악 관현악단의 지휘자를 역임하는 등 "지휘자"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관현악을 위한 음악도 다수 작곡하였으며, 음악 평론가로서 수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일에도 힘을 썼다고 한다.

가브리엘 마리의 다른 곡들이 그러하듯 원래 이 곡도 관현악곡으로 작곡되었지만, 워낙 인기가 있는 곡이다 보니 각 악기별로 피아노 반주를 곁들인 독주곡으로 편곡된 버전들도 많고, 그냥 피아노 독주로만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곡은 <가보트> 풍의 아름다운 곡이다.

이 곡의 분위기를 설명함에 있어서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만을 써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 곡은 단조 곡이면서도 "쿵짝 쿵짝" 하는 반주의 경쾌한 가보트 리듬으로 되어 있다. 즉, 조성과 멜로디의 분위기는 다분히 우울하고 우수에 젖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반면, 반주의 리듬은 경쾌하고도 명랑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아름답다"는 말 말고는 이 곡의 분위기를 뭐라고 딱히 규정지어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남녀가 만나 결혼하여 반백년을 살다 보면 어찌 즐거운 일만 있겠으며, 어찌 우울한 날만 있겠는가? 결혼을 하여 기쁜 일, 슬픈 일들을 함께 겪으며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된 인생의 황혼기에 "금혼식"을 맞이하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며, 한 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현재 처해 있는 노년의 삶이라는 것이 우수에 젖도록 하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악적 설정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곡에서는 첫 부분과 가운데 부분을 "같은 으뜸음조"로 처리함으로써 우울한 날과 즐거운 날, 슬픈 날과 기쁜 날을 두루 표현하고자 하였다.

https://youtu.be/6Dqtbo_3sdc (클릭)

유튜브 검색어 : 금혼식 (맨위의 동영상)

이 곡은 3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 A 부분의 명랑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듯한 멜로디를 지나서 1분 30초 경 부터는 B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각 음마다 액센트가 붙어 있는 B 부분의 처음 4마디를 지나면 스타카토(짧게 끊어서 연주함)의 경쾌한 음형이 나온다. 또한 B 부분은 A 장조로서 이 곡의 첫 부분인 A 부분의 조성인 A 단조와는 "같은 으뜸음조"로 되어 있다. 이 동영상의 2분 43초경 부터는 B 부분을 마무리하고 A' 부분으로 복귀한다.

여기서 "같은 으뜸음조"란 으뜸음은 같지만 모드(장,단조)가 다른 두 조를 말한다. "같은 으뜸음조" 끼리는 조표가 3개 차이가 나는데, "같은 으뜸음"인 장조가 단조보다 샵(#)이 3개가 더 많이 붙는다. 이 곡의 경우에는 첫 부분은 가단조로서 조표가 아무것도 없고, 대조되는 둘째 부분은 가장조로서 샾(#)이 3개 붙는다.

아주 오래전 sbs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스피드 퀴즈를 진행하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부부"라는 단어를 설명하시며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라고 하시자 할머니께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웬수"라고 외치시던 장면이 생각난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요즘 세상에, 오늘 감상할 음악 <금혼식>은 부부간의 정과 의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