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세월을 엿보다
<세상의 자막들>세월을 엿보다
  • 임영석
  • 승인 2017.11.0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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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화평론가>

우리가 생각할 때 10월은 풍성함이 가득해 보이고 11월은 쌀쌀한 느낌으로 다가와 있다. 10월과 11월의 차이는 며칠의 차이이지만 확연하게 느낌 그 자체가 틀리다. 이렇게 며칠의 차이에 계절적 요인을 분명 사람이 살아가는 삶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에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계절이 있다. 봄은 20대까지 성장 시기를 말하고, 여름은 40대까지 삶의 꽃을 활짝 피울 때를 말하며, 가을은 작던 크던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60대의 나이를 말하며, 겨울은 60대 이후 노년의 시간을 말한다.

지난 세월을 말하는 속담 속에서 세월을 들여다보면, '세월에 속아 산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월이 가는지 오는지 모른다.', '가는 세월 오는 백발', '자기 늙는 줄은 몰라도 남 자라는 것은 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세월이 약', '앞길이 구만리 같다.', '늙어도 기생', 등등 수많은 속담들이 삶의 모습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자연의 모습 속에서 삶의 모습을 바라보고자 한다. 봄은 씨앗을 뿌리고 봄바람이 불어와 희망의 싹을 움 틔우는 계절이다. 여름은 봄에 싹을 틔운 것들이 신록의 푸르름을 더하여 뜨거운 태양빛도 이겨내고 꽃을 피운다. 가을은 여름에 맺어 놓은 열매들을 잘 익혀 씨를 맺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은 지난 계절의 시간을 다 들여다보며 상처가 나고 아픈 시간의 흔적을 통해 새로운 봄은 어떻게 준비해서 맞아야 하나를 가르치는 계절이다.

삶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화두로 삼아 그 근본을 깨우치고 배워가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문학도 시간이라는 근본 속에서 사람의 삶을 말하는 행위들이다. 그래서 시간은 모든 문학작품의 배경이라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러시아 시인 프스킨의 시 '삶'이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 기쁨의 날이 찾아오느니 //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운 법이다.

프스킨의 시 '삶'에서도 인내하고 노력하고 기다리는 대기만성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면 지나간 모든 것은 그리움으로 아름다운 과거가 될 것이라 말한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말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현재의 기준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와 미래가 어떻다고 말하는 것은 상상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지향하는 의지를 만들고 노력을 이끌어 낸다. 오늘이 살아 있는 현재일 때 존재감을 더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 시간이다. 그 시간이 계절을 만들고 삶을 바꾸어 놓게 되어 있다.

우리는 삶의 시간을 잘 들여다보지 않고 살아간다. 그만큼 자신의 삶의 시간을 의식하지만 그 의식을 시간으로 바꾸어내지 못한다. 과거에 구속되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미래를 아름답게 꿈꾸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삶의 계절은 누구도 자신에게 아름답다 흉하다 말해주지 않는다. 오르지 자기 자신만 마음속의 계절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잘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어느 계절에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시간을 이기기 위해 살아간다. 예술이 영원한 것은 시간을 넘나들어 영원의 세계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계절 속에서 세월을 엿보니 아직 나의 계절은 푸르게 빛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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