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희망이 싹트는 무위당학교
<김대중 칼럼>희망이 싹트는 무위당학교
  • 김대중
  • 승인 2017.12.0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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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무위당 장일순(1928~1994)선생의 삶과 생명사상을 기리는 무위당학교(교장 황도근교수)가 지난 23일 12기 수료식을 가졌다. 2012년 4월6일 저녁에 문화의거리 밝음신협에서 첫 강의가 열린지 여섯 해만이다. (사)무위당사람들의 주최로 제 1기 ‘원주에서 길을 묻다’를 주제로 문을 열어 매주 목요일 저녁에 한 차례씩 8주 동안 8차에 걸쳐 강의가 열렸다. 매주 마다 다른 주제의 강의가 마련됐다.

원주이야기를 시작으로 무위당의 생명운동, 협동조합운동, 생명의 대화 등 수많은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이렇게 운영된 무위당학교는 매년 2기수씩 올해까지 12기가 배출됐으며 기수마다 30여명이 배웠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고 있다. 4년전 대전에서 원주를 따라 대전무위당학교가 열렸다. 그 이듬해엔 부산무위당학교가 문을 열었고 작년엔 서울무위당학교가 시작됐다. 올해는 성남 용인과 충주 제천에서 무위당학교가 신설돼 진행중이며 대구에서도 올 겨울에 문을 열 계획이다. 그야말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각 지역마다 한살림 생협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스스로 나서고 있다.

원주에서 태어난 무위당선생은 어떤 분인가. 서화가이다. 사회운동가이며 교육자, 사상가이다. 1970년대 반독재투쟁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다. 생명사상운동을 실천한 생명운동가이다. 시인 김지하의 표현처럼 ‘하는 일도 없이 안하는 일도 없으신 분’이다.

‘난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선생께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남기신 촌철살인의 말씀은 많다. 그중에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는 생명 같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꼭 강가로 난 방축 길을 걸어서 돌아옵니다. ~중략~ 문득 발밑의 풀들을 보게 되지요. 사람들에게 밟혀서 구멍이 나고 흙이 묻어 있건만 그 풀들은 대지에 뿌리내리고 밤낮으로 의연한 모습으로 해와 달을 맞이한단 말이에요. 그 길가의 모든 잡초들이 내 스승이요 벗이 되는 순간이죠. 나 자신은 건전하게 대지위에 뿌리박고 있지 못하면서 그런 얘기들을 했다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무위당을 알게 된 후 내겐 늘 이 말씀이 따라 다녔다.

낮은 자세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다. 성찰과 반성, 그리고 겸손을 넘어 모든 생명에 대한 모심의 정신이다.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를 보여준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교감하고 교류하는 자연주의 사상이다. 나아가 환경운동의 사상적 뿌리다. 생명 사상의 바탕이다. 무위당의 생명사상, 공존 공생의 공동체정신이 모두 거기서 싹튼 것이다. 신협운동, 한살림운동, 민주화운동, 환경운동 등 사회운동으로 뿌리 내렸다.

모두 지금의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이다. 대한민국이 절절하게 갈구하는 가치이고 현안들이다. 극심한 부익부 빈인익, 불공정, 세대갈등, 노인빈곤, 청년실업, 끝없는 경쟁 등으로 분노와 좌절에 빠진 불행한 한국인들의 희망이다. 지친사회 곳곳에서 무위당학교의 불이 켜지고 있다. 치유를 갈망하는 대한민국이 무위당학교를 통해 그 정신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무위당은 치유이다. 그 정신이 원주에 있다. 그래서 원주는 희망이며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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