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4) 박수는 언제 쳐야 하나요?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4) 박수는 언제 쳐야 하나요?
  • 최왕국
  • 승인 2017.12.04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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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지난 달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를린필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에서 일층 객석의 한 관객이 1악장 연주를 몰래 녹음해 놓은 것이 흘러나와 차분히 2악장을 준비하던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리듬을 깨어 버린 대형참사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이후 연주장에서의 청중 매너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 날 공연에서는 성급한 박수 소리도 문제가 되었는데, 자신이 곡이 끝나는 시점을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연주가 끝난 직후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박수를 치는 일명 "안다 박수"도 자제를 해야 한다. 이게 마치 "치킨게임" 처럼 서로 경쟁을 하다보면 박수 치는 시점이 점점 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는 연주자들에게는 큰 격려와 힘이 되기 때문에 연주회장에서 꼭 필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엉뚱한 때에 박수를 치게 되면 연주회장의 분위기도 흐트러지고 연주자들의 심리적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훌륭한 연주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박수는 언제 쳐야 하나? "곡이 완전히 끝나고 약간의 여유를 둔 후 박수를 친다" 이것이 바로 박수를 치는 기본적인 대원칙이다. 매우 간단한 이야기지만, "곡이 완전히 끝났다"는 기준은 악곡의 형태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음악의 여러가지 형식을 개괄적으로라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1) 단일 악장으로 된 곡은 아주 단순하다. 그냥 곡이 끝나고 박수를 치면 된다.

2) 여러 악장으로 된 곡은 모든 악장의 연주가 다 끝나고 난 후 박수를 치면 된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처음 듣는 곡이라면 이 곡이 도대체 몇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학교 공부도 예습이 중요한 것 처럼 클래식 공연도 사전에 프로그램을 보고 오늘 연주되는 곡이 몇 악장으로 되어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면 좋을 것이다. 요즘엔 인터넷 검색으로도 간단히 알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니 꼭 권장하는 바이다.

1) 독립된 악장의 곡을 연주하는 경우

성악곡의 경우라면 가곡과 독립된 합창곡, 기악곡이라면 클래식 소품이라든지 서곡과 교향시(Symphonic poem) 등이 이에 해당되며, 이 경우엔 해당 곡의 연주가 끝나고 바로 박수를 치면 된다. 그러나 가곡 중에서도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나 슈만의 "시인의 사랑" 처럼 연가곡집인 경우에는 그 곡집에 들어 있는 모든 곡들이 다 끝난 후에 박수를 쳐야 한다. 또한 단일 가곡이나 클래식 소품이라도 그 곡들을 여러개 묶어서 연주회 프로그램을 짰다면 연주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2) 여러 곡이 모여서 하나의 작픔으로 구성되는 경우 (악장이 나뉘어진 경우)

성악곡의 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 미사곡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기악곡의 경우 교향곡, 협주곡, 모음곡, 현악 4중주, 피아노 3중주, 피아노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모든 해당곡들의 연주가 다 끝난 후에 박수를 쳐야 한다.

이제 실제 음악회의 프로그램을 보며 정리를 해 보도록 하겠다. (첨부된 그림은 삼성한우리합창단 제14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1부는 미사곡이므로 첫 곡인 "Kyrie" 부터 마지막 "Agnus Dei"까지 모든 곡들의 연주가 끝난 후에 박수를 쳐야 한다. 2부는 개별 합창곡이지만 2~3곡씩 묶여서 한 무대를 이루게 되므로 중간 제목 아래에 있는 두 세개 곡들의 연주가 끝난 후에 박수를 치면 된다. 마지막으로...이것 저것 신경 쓰기 싫고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하여 간단하게 말씀드리겠다. "박수는 곡이 완전히 끝나고 약간의 여유를 가진 후에 치면 되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연주자가 인사할 때 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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