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5) 클래식 음악의 제목과 작품번호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55) 클래식 음악의 제목과 작품번호
  • 최왕국
  • 승인 2017.12.1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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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L.V.Beethoven Piano Concerto No.5 in E flat Major op.73 'Emperor' mov.2 adagio un poco mosso"

"J.S.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mov. 1"

클래식 연주회의 포스터나 팜플릿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에는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글들인데, 이 복잡한 암호 처럼 되어 있는 문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렇게 이상하고 복잡한 암호 같은 글귀들 때문에 클래식을 싫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클래식 음악의 제목들과 작품번호'로 잡아 보았다.​

클래식 음악에는 작품 번호라는 것이 있다. 한 작곡가의 작품을 정리할 때 쓰이는 용어다. 보통은 'op'라는 번호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악보를 출판한 일련번호 같은 것이다. 요즘에는 mp3 음원이 많이 유통되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CD 음원이 유통되었고, 모차르트나 베토벤 시절에는 작곡가들의 돈벌이 수단이 악보 출판이었다. 그래서 그 악보들을 하나로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출판을 하였는데, 그 때 붙인 번호가 바로 op라는 번호다.

op라는 말은 라틴어 'opus'의 줄임말인데, 원어의 뜻은 작품이라는 의미이며, 17세기 후반경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제 op라는 말의 의미도 알았으니, 맨 위에 있는 베토벤의 작품명을 한 번 풀어 보도록 하자.

먼저 'Beethoven'이라는 패밀리 네임 앞에 붙은 'L.V.'은 'Ludwig Van'이라는 이름의 준말이다. 참고로 'von'이나 'van', 'de' 등은 각각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이름에 쓰인 단어로 영어의 'of'와 비슷한 뜻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 나온 'Piano Concerto No.5'는 '피아노 협주곡 5번'이라는 뜻이고, 'in E flat Major'는 이 곡의 조성(Key)이 '내림마장조'라는 뜻이며, 'op.73'은 위에서 설명한 것 처럼 베토벤의 작품번호를 뜻한다. 그러니까 'No'라는 단어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중 다섯번째의 것이라는 뜻이며, 'op.73'은 베토벤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73번째 출판물이라는 뜻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Emperor'는 이곡의 부제를 나타내는 말로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황제'라는 뜻이다. 계속해서 나오는 'mov. 2'라는 말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중 두번째 악장이라는 뜻이며, 'adagio un poco mosso'는 이 악장의 템포를 의미한다. ​복잡한 것 같아도 이렇게 하나씩 풀어 놓으면 사실 별 것 아니다.

그런데, 베토벤 작품 아래에 써 있는 바하의 작품명을 보면 'op' 대신 'BWV'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은 'Bach Werke Verzeichnis'의 줄임말로서 독일의 음악학자 '볼프강 슈미더'라는 사람이 정리한 "바하 작품번호"라는 뜻이다. 바하의 작품번호 BWV는 무려 1,120번까지 있다고 하니 대단한 다작이다.

op라는 작품번호는 베토벤이나 멘델스죤 등 대부분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정리할 때 쓰이고 있지만, 바하나 모차르트 처럼 베토벤 보다 앞선 작곡가들에게는 op 말고 다른 일련번호가 붙는데, 모차르트의 경우에는 'K'라는 말이 붙는다. 오스트리아의 과학자이며 모차르트 연구가였던 '쾨헬'이라는 사람이 모차르트의 작품들을 연대 순으로 정리한 것인데, 가끔 'KV'라는 이름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또한 '하이든'의 경우에는 'Hob'를 쓰는데, 이것은 네덜란드의 '호보켄'이라는 사람이 하이든의 음악들을 정리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기호이다. '슈베르트'의 경우에는 'D'로 쓰고 '도이치 번호'라고 읽으며, '리스트'의 경우에는 'S(설)'을 쓴다. 도이치나 설 모두 사람 이름이며 각각 슈베르트와 리스트의 음악을 정리한 인물들이다. 오늘 들으실 음악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1악장이다.

https://youtu.be/2s4i-CYViwM (클릭)

유튜브 검색어 : 베토벤 황제 (위에서 두 번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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