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방한담>솔잎은 뿌려서 뭐 하신대요
<차방한담>솔잎은 뿌려서 뭐 하신대요
  • 금태동
  • 승인 2017.12.1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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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태동<시인>

어미는 아들이 돌아 올 길을 잊을까 솔가지를 꺾어 바닥에 뿌렸다. 그 모정에 감복한 아들은 국법을 어기며 어미를 다시 모시고 내려 왔다. 박정승의 일화는 결국 고려장 제도를 사라지게 한 근거로 전해진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법 때문에 부모를 깊은 산에 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어른에게 안부를 묻고자 전화를 했다. 기실 나는 그 어른의 함자와 사는 동네, 연세와 하시는 일 정도를 알 뿐, 고향이며 생활정도 혹은 가족관계 등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이따금씩 모임에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노라면 인문학적 식견이 높았고 격이 있으며 또한 경쾌했던 인상이 깊었다.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가 매우 정겨워서 늘 밝은 분으로 각인되어 있던 분인데 오늘은 전화선을 타고 오는 그 분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무거웠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 어른은 시에서 불과 몇 해 전에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도로 채용되어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제 비정규직 준 전문분야 종사자였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된 것은 단지 그 분만의 일이 아니었다. 공무원 채용규정상 정규직 전환은 60세 이하일 때 가능했으므로 해가 바뀌면 속절없이 직장을 떠나야 할 처지라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진 상태였다.

수 년 전에 근로자 최저임금을 높이는 과정에서 애꿎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갈 곳을 잃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월급을 올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가 전파를 탈 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젊은 전기검침원이 왔기에 음료수를 건너며 잠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전에서는 자동으로 사용량을 체크하는 시스템을 오래 전에 개발하여 검침원이 이제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아니 이미 오래 전에 검침원을 없앨 수 있었는데 정부의 정책 때문에 고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 산업의 기계화, 자동화, 첨단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야기는 이제 진부하다. 벌써 오래 전부터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노년과 청년층의 일자리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대두되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책 시행과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심각하게 고통 받는 소수의 취약계층을 위한 배려는 정책 입안에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많은 분들이 즐거운 새해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외규정으로 고지된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로 해고를 당하게 되는 분들이 갈 곳이 없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에 버리고 오자 어린 아들이 지게를 헛간 한쪽에 소중하게 들여 놓았다. ‘왜?’ 하고 물었더니 ‘나중에 나도 이 지게로 아버지를 산으로 모실 것’이라 하였다. 우리정부의 정책이 천년을 거슬러 어른을 고려장으로 모시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우려가 나만의 생각일까. 신규 채용을 60세로 제한하더라도 이미 그 자리에서 자신의 생계를 잇고 일을 사랑하는 우리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을 짓밟지 않을 방법은 없는가? 일자리 창출이, 고용안정이 또 다른 계층의 자리를 탈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과연 옳은가?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모두가 새해는 지난해보다 더 행복하기를 꿈꾼다. 내가 마이크를 잡으면 장사익의 <이게 아닌데>를 부른다. 흥이 나면 <찔레꽃>을 불렀다. 레퍼토리가 좀 변할 것 같다. <꽃구경>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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