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여론(與論)에 대하여
<세상의 자막들>여론(與論)에 대하여
  • 임영석
  • 승인 2018.01.08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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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문화평론가>

가끔 뉴스를 보면 여론조사를 발표한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 p, 응답률은 5.7%(총 1만 4,446명 중 821명 응답 완료)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곳 1만 4,446명에게 의견을 물어 821명이 답을 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만 4446명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821명이 답한 것을 여론이라 발표를 한다. 821명의 결과가 1만 4,446명 전체를 대변하는 형식이다. 그런대도 정치인의 지지도가 누구는 30% 누구는 5% 누구는 15% 등등으로 말을 한다. 때문에 여론의 결과를 크게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대다수 여론기관들이 조사한 여론이 국민감정의 발원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강마다 그 강물의 첫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을 발원지라 말한다. 여론조사는 바로 국민감정이 시작되는 발원지라 말할 것이다.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강물이 말라 거대한 물살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홍수로 강물이 범람할 때도 있다. 여론 조사의 방법과 기관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은 왼손잡이 투수와 오른손잡이 투수를 어느 때에 투입할 것인가 하는 논리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여론의 속성은 여론조사 결과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아 표본오차와 신뢰수준 그리고 응답률을 반듯이 공표 하도로 되어 있다. 1만 4,446명에게 의견을 물어 13,625명이 응답하지 않고 821명만 응답한 결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4% p,응답률 5.7%(총1만 4,446명 중 821명 응답 완료)라는 가면을 씌워 여론을 신뢰하도록 하는 형식을 만들어 그 여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궁극적으로 믿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론은 빗방울 같은 것이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강물을 이루고 바다에 이르러 망망한 수평선을 만들어 낸다. 그 수평선 같은 생각이 국민 여론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이라는 이름을 붙여 국민의 뜻이라 말을 너무도 쉽게 한다. 각 정당마다 자기 색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고서 그 색의 사람이 나를 믿고 지지하는 국민의 뜻이라 말한다. 국민은 무지개 같은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은데, 정치인들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각각의 색을 구별해 놓고 바라보라는 식이다.

정말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를 한다면 각각의 색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무지개를 만들어 국민의 눈이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여론이 이러니 내가 바라본 색깔만 바라보라는 식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반듯이 외면을 받게 되어 있다. 여론에 응답하는 국민보다는 그 여론을 냉철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고개를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을 때는 /쓸모 있는 듯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 유안진 詩 「다보탑을 줍다」 전문

이 시를 읽다 보면 땅에 떨어져도 줍지 않는 10원짜리 동전이 국보 20호를 바라보는 횡재를 안겨주고 있다. 그 국보 20호 다보탑이 너무도 흔하고 흔하여 땅에 덜어져도 주어가지 않고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여론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눈에는 단순히 10원짜리 동전으로 비추어지는 것이 국민일 것이다. 그 국민 하나하나가 모여 5,000만 명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론이라는 것은 흔하고 흔한 10원짜리 동전처럼 땅에 떨어져 있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렇게 먼저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더 낮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쓸모 있는 듯 쓸모없는 10원짜리 동전처럼 국민을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여론은 언제나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민을 국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그게 여론의 핵심이라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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