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툭 하면 음모론...저의(底意)가 궁금하다
<비로봉에서>툭 하면 음모론...저의(底意)가 궁금하다
  • 편집국
  • 승인 2018.01.22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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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본지는 아주 민감한 이슈를 연일 보도했다. 추모공원·화훼특화관광단지조성사업, SRF열병합발전소 건설, 소초면 통합사격장 조성사업, 남원주IC 인근 땅투기 의혹 등. 모두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적인 사업인데다 대규모 개발을 수반한다. 하나같이 원창묵 원주시장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보도이후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고 있다. 추모공원조성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투자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 이사장이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 온갖 의혹이 확대재생산 됐다.

일부 인사는 자료를 싸들고 신문사로 찾아왔다. 결국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시민들이 알기 쉽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보도했다. 그러자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기사를 왜 보도하냐”는 반응이 나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본지)이 다른 출마예정자와 짜고 현 시장을 상처 내려한다”는 말까지 했다.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필자의 대답은 이랬다. “그러면 지방선거 끝날 때까지 언론은 감시·견제기능을 하지 말라는 거냐”,“시민의 알권리가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이 말을 전해들은 그들은 입을 닫았다.

화훼특화관광단지, 남원주IC 인근 땅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아주 황당무계한 일을 겪었다. 추모공원조성사업과 마찬가지로 화훼특화관광단지조성사업도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공전중이다. 자금차입 과정에서의 문제로 몇차례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역부동산 업계는 물론 수도권 사채시장에서는 토지사전 분양을 둘러싸고 별의 별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몇차례 문제점을 보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엉뚱한 인사들이 제보자로 둔갑돼 이런 저런 주홍글씨까지 덧씌우고 있다. 

남원주IC 땅투기 의혹도 마찬가지다.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다. “000인사가 신설 도로를 내는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자랑삼아 떠들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필자의 귀를 의심했다.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이라면 큰 문제이고, 만약 ‘길러리 뜬소문’이라면 당사자로서는 얼마나 억울할까 고민해 봤다. 그래서 탐문취재에 나서 의혹의 실체를 파헤쳤다. 이번에도 음모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000인사가 제보를 했다”느니 엉뚱한 말들이 쏟아졌다. 의혹의 당사자를 돕기 위해 무리한 요구까지 해서 필자와 관계가 소원해진 모 인사까지 음모론의 주역으로 등장시키는 코미디 같은 일을 겪었다. 그렇다면 음모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언론의 보도는 진실인가’, ‘합리적인 의심인가’, ‘정당한 문제제기 인가’를 먼저 곱씹어 봐야 하는게 정상아닌가. 그저 “우리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나쁜 언론”, “사업훼방꾼”으로 치부하기 바쁘다.

사회학자 전상진씨가 펴낸 ‘음모론의 시대’란 책 소개에는 이런 글이 있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정해 버린다. 음모의 세상에는 두 진영만이 존재한다. 적과 아군, 나쁜 놈과 좋은 놈. 그러한 적과 대화나 타협이 가능할 리 없다. 적에게 민주주의적 관용을 적용할 까닭이 없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근본이 파괴되니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당한 비판까지도 아주 쉽게 음모론으로 낙인찍힌다. 사회의 자기비판과 자기갱신의 능력이 소진된다” 정말 가슴에 와닿는 글이다.

언론이 사실관계를 왜곡, 과장해서 불필요한 의혹을 양산한다면 당연히 비판대상이다. 여기에 그 어떤 프레임을 동원해 낙인을 찍어도 마땅하다. 그러나 정당한 문제제기를 음모론의 틀에 가두고 몰아세우면 그 저의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진실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의 철저한 물타기식 전략으로 볼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옥죄려는 ‘구전홍보단’이 활동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을수 없다. 우리는 지금 상식이 몰상식으로 고착화 된 사회, 건전한 비판이 어떤 거대한 음모의 과정인 것처럼 치부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사회는 기대할수 없다. 참 서글픈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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