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0) 타이스의 명상곡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0) 타이스의 명상곡
  • 최왕국
  • 승인 2018.03.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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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1977년 원주에 처음 이사 와서 살던 봉산동 집에는 우리 말고도 여러 가구가 함께 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저녁때 쯤이면 툇마루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비슷한 연령층끼리 오목이나 구슬치기 같은 놀이도 하고, 여름이면 수박도 함께 먹곤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이면 mbc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시그널 뮤직과 함께 들리는 구수한 성우의 목소리... "전설 따라 삼천리. 오늘은 OOO번째 이야기로 강원도 XX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전설 따라 삼천’ 시그널 뮤직을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En Bateau)’로 알고 있고, 심지어 위키백과에도 그렇게 나오지만, 필자의 기억으로는 분명히 프랑스 작곡가 '마스네(Massenet, Jules. 1842~1912)'의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이었다.

사실 ‘전설따라 삼천리’는 40여년 전 프로그램이고, 두 곡의 분위기가 비슷하여 다소 헷갈릴 수도 있는데, 혹시 시작 시그널과 종료 시그널 음악으로 각각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이 곡은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여자 피겨스케이트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 선수가 출연한 갈라쇼 무대에 배경음악으로 쓰여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음악이기도 하다. 원곡은 하프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독주로 구성되었지만, 김연아의 무대에 나왔던 배경음악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편곡된 음악이었다.

https://youtu.be/2waMG5vNs4A (클릭)

유튜브 검색어 : 김연아 타이스의 명상곡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의 주인공인 타이스는 실존 인물이라고 전해지는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이교도 여사제이자 창녀로 나온다. 타이스는 그 미모가 출중하여 수 많은 남성들을 퇴폐와 향락의 길로 이끌었는데, 수도사 '아타나엘'은 그러한 타이스를 개종시켜 구원의 길로 인도하겠다고 결심한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친구 ‘니시아스’의 파티에 초대된 타이스를 만난 아타나엘은 그녀에게 "헛된 쾌락과 향락을 버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평화와 안식을 얻으라"고 촉구한다. 이미 구면인 타이스는 처음에는 아타나엘의 제안을 비웃었지만 그의 진정성 있는 말에 감동하여 차츰 마음이 열리게 되어,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밤에 자기 집으로 오라고 초대를 한다.

‘타이스의 명상곡’은 제2막 1장과 2장 사이에서 ‘아타나엘’의 회개의 권고를 들은 ‘타이스’가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이 곡의 제목은 ‘명상곡’ 보다는 ‘성찰과 회개의 음악’ 정도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아타나엘을 자기의 집으로 초대한 타이스는 결국 그의 권고를 받아들여 개종을 결심하게 되고, 자기의 집을 불태우고 알렉산드리아를 빠져나와 아타나엘이 소개하는 수녀원에 들어가 참된 신앙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놀라운 반전은 훗날 아타나엘이 타이스의 고혹적인 자태를 잊지 못하여 타락의 길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원작을 살짝 각색했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과 스토리가 다소 다를 수 있다. 작곡가 마스네는 20편 이상의 오페라를 작곡하였고, 많은 호평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이다. 그러나 이 ‘타이스의 명상곡’ 만큼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든 귀에 익은 친숙한 음악이며, 곡 전반에 흐르는 아름다운 화성 진행과 멜로디는 주인공 ‘타이스’의 아름다운 외모를 표현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전설따라 삼천리’의 시그널 음악인 ‘타이스의 명상곡’과 매우 흡사한 분위기 때문에 ‘전설따라 삼천리’의 시그널 음악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켰던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를 듣고 두 곡을 비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https://youtu.be/VMqCsyJKvso (클릭)

유튜브 검색어 : 드뷔시 조각배

사실 멜로디나 악기 구성, 화성진행 등은 전혀 다르지만, 19세기 후반 프랑스 특유의 음악 어법과 하프의 분산화음 등이 묘한 조화를 연출하면서 두 곡이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분위기로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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