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1) 관현악법의 혁명가 베를리오즈 ⓵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1) 관현악법의 혁명가 베를리오즈 ⓵
  • 최왕국
  • 승인 2018.03.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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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원주고, 한양음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베를리오즈 (Hector Berlioz 1803-1869)는 두 가지 면에 있어서 음악계의 대단한 혁명을 이룬 대작곡가이다.​

첫째로 그는 그 때까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법)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어 버린 상상 초월의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그 규모와 형태를 혁명적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근대 관현악법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필자가 대학시절 "관현악법"이라는 과목을 배울 때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할 음악이 바로 베를리오즈의 관현악 곡들이었다.​

둘째로 그는 "표제음악의 완성자"라 불리우고 있는데, 표제음악이란 어떤 사물이나 주제를 음악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베를리오즈는 음악을 진행함에 있어서 "고정관념(Idee fixe)"이라는 것을 썼는데, 그것은 표제음악에 있어서 특정한 인물이나 사건을 표현할 때 항상 비슷한 패턴의 음형을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훗날 바그너에 의하여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되어 사용되었는데, 바그너가 사용한 기법은 "라이트모티브 (Leitmotive ; 유도동기)"라고 한다.​

​원래 베를리오즈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의학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부모의 반대를 간신히 설득하여 23세의 나이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하게 된다. 학업 성적도 우수했고, 작곡으로도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졸업 즈음에 쓴 곡이 바로 유명한 "환상교향곡"이다.

천재적인 대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오히려 그의 천재성 때문에 음악 인생을 참으로 어렵게 산 인물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관현악 기법은 그 때는 물론 오늘날 들어도 대단히 파격적이다. 예를 들면 보통 2~4대를 사용하는 팀파니를 수십대 동원하여 팀파니로 화음을 표현한다든지, 콘트라베이스는 18명 이상, 하프도 무려 12대를 쓴다든지, 무대 위의 정규 오케스트라 이외에도 소규모 오케스트라 4개를 사방에 배치하여 입체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였다.​

만약 이렇게 괴퍅하다고 까지 여겨졌던 그의 기이한 오케스트레이션도 막연히 그가 좀 튀어 보려고 하는 생각으로 썼다면 사람들은 그를 "근대 관현악법의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악기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었고, 수 많은 악기들 사이의 관계와 기괴한 음색의 조합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베를리오즈의 무한한 상상력은 관현악법 뿐만 아니라, 음악에서의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나는데, "표제음악의 완성자"라고 불리우는 만큼 장면이나 사건을 나타내는 데 있어서도 그의 기법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환상교향곡 2악장 <무도회>에서는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교향곡에 왈츠풍의 음악을 도입하는데, 그것은 "떠들썩한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여인"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 곡의 3악장 끝부분에서는 천둥소리를 나타내기 위하여 4명의 팀파니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를 하는데 마치 진짜로 천둥이 치는 것과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4악장 말미에서는 단두대에 잘린 목이 굴러가는 소리를 현악기의 피치카토(pizz.) 주법을 통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관현악단과 까다로운 연주 기법,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음악적인 아이디어들은 당시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이단자 취급을 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베를리오즈가 이렇게 독특한 기법의 관현악 사운드에 열정을 보인 이유중 하나는 "베토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었다. 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위대한 베토벤의 음악은 이미 최고봉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러나 베토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새롭고 훌륭한 음악도 있을테니 내가 그것을 꼭 해내고 말겠다"는 내용이 써 있었다.​

오늘 들으실 음악은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이다. 베를리오즈는 가톨릭 신자이긴 했지만, 레퀴엠 같은 음악 종교음악들은 신앙심을 나타내기 보다는 세상의 종말과 부활 등의 내용들을 엄청난 규모의 관현악 사운드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뿐이다. 이 곡에서 바순 8대와 호른 12대가 쓰였다. 팀파니도 무려 8쌍이나 쓰였으니, 요즘 기준으로 보아도 실로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이다.​

https://youtu.be/hZfDbANFL88

유튜브 검색어 : 베를리오즈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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