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소소한 일상의 행복
<이재구 칼럼> 소소한 일상의 행복
  • 이재구
  • 승인 2018.03.2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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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 <변호사>

요즘 사람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인기를 끈 종편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윤식당’도 이러한 일상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다. 이는 최근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반영한다.

밥을 파는 것이 전부인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간단하다. 시청자와 별 다른 것이 없는 중년의 배우자 한명이 몇 명의 연예인의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 발리의 작은 섬에 장소를 빌려 식당을 열고 음식을 팔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작은 섬에 식당을 열고 동일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메뉴는 특별한 것이 없고 평소 우리가 먹는 것 들이다.

우리가 매일 집에서 해 먹는 간단한 요리인 불고기, 라면, 만두, 잡채, 김치볶음밥 등이다. 동네 식당들과 다른 것은 장소가 외국의 휴양지라 외국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한번 본 시청자들의 눈을 떼지 못한다.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보다 높이 올라갔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음식점 주인이 된 것 같다. 주인도 알 수 없는 이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는 즐거움이 있다.

왜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이것은 요즘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나도 윤식당 정도는 오픈할 돈이 있는데.., 나도 저런 곳에 손님으로 갈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 프로그램을 기획한 피디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만약 시골의 조그만 식당이 아니라 누구도 살 수 없는 뉴욕이나 서울 한복판에 식당을 오픈하였다면 시청자들은 자신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비현실의 세계로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우리가 먹지 않는 특별한 요리를 제공하거나 비싼 호텔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로 음식을 만들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주변의 조그만 식당의 이야기, 누구나 한번 쯤 시도해 볼만한 소규모의 식당을 주제로 한 것이 관심으로 나타나고 시청률에 반영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우리의 일상을 사실대로 다룬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을 그대로 찍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현실과는 완전 동떨어진 환상을 그린 판타지이다. 철저하게 가공하여 각본대로 만든 시나리오의 결과물이다. 실제 프로그램처럼 부푼 기대와 행복감만 주는 것은 현실에서 찾기 힘들다.

식당의 경우 상가를 얻기 위한 임대차계약, 권리금, 세금신고, 임금인상, 직원과의 갈등, 이웃의 항의와 민원제기,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인한 벌금, 영업정지, 적자로 인한 부채문제, 신용상실로 인한 파산, 회생 등 골치 아픈 것들이 문제가 된다. 식당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지금 다니는 직장과 가정을 포기하고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시나리오에서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복잡한 현대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매 순간이 처절한 생존의 연속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길은 거창한 행복이 아닌 아무 일도 없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배우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도 복잡한 것을 모두 걷어내고 좋은 것, 아름다운 것, 행복감을 주는 것만 추출해소 보여준 것 때문에 우리 감성을 자극하였다. 우리도 스스로 소소한 행복을 추출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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