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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자막들>이 봄에
△ 임영석<시인>

시인 김남주는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사랑만이 / 겨울을 이기고 / 봄을 기다릴 줄 안다 // 사랑만이 /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 천 년을 두고 오는 / 봄의 언덕에 /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 사랑만이 / 인간의 사랑만이 / 사과 하나 둘로 쪼개 / 나눠 가질 줄 안다 〉 - 김남주 사랑 1 全文

사랑만이 정말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누어 가질 줄 알게 만들었나를 생각한다. 아니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알게 해 주었나를 생각한다. 그 사랑을 외쳤던 사람들의 눈빛을 생각한다. 고통을 이겨내고, 시련을 참아내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 세상이 이 봄에 찾아오기를 바란다.

봄은 분명 우리들 마른 가지에 희망이 돋아나게 한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소리를 듣다 보면 아직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봄이 오기엔 너무 멀리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세상에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부끄러워지고 가슴 막막해진다.

이 봄은 46억 년이란 지구의 시간이 있어 맞이하는 봄이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매일같이 하늘을 뒤덮는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물불을 안 가리고 숱한 말을 내뱉으며 상대의 가슴을 찌르는 세상이다. 내 걸음은 탓하지 않고 굽은 나뭇가지가 내 옷을 잡아끌었다고 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한다는 소리만 들린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허물을 찾기 바쁜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설레발친다. 정말 사랑으로 가실일 끝낸 들판에서 사과 하나 따서 둘로 쪼개 나누어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정치를 했으면 한다. 일년생 화초를 심는 사람이 아니라 다년 생 화초를 심어 봄마다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한다.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는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더 윤택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고층 빌딩을 짓고, 아스팔트를 깔고,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를 만들고, 가전제품을 만들고, 각 나라마다 더 많이 이득을 창출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발생된 문제다. 특히 중국의 발전은 심각하게 미세먼지의 피해를 가져왔다.

이러한 환경의 문제는 봄마다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었다. 특정 국가만 탓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속수무책이 되어 간다. 그렇다고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사랑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다. 입으로, 구호로 외쳐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각 나라마다 적정 규모 이상의 개발이 되지 않도록 룰을 정해 실현해야 하고, 오염되는 곳을 개선해야 하고, 국가 간 상호 협력을 강화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일자리 창출만 늘리겠다는 경제 정책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 한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은 한 번이지만, 지구는 숱한 생명들이 살아갈 보금자리다. 46억 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놓은 보석 같은 땅이다.

때문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아는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한다.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정치를 했으면 한다. 자연을 더 가치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문화를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 그리고 힘없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섬길 줄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하였으면 한다.

나는 이 봄에 바란다. 일당 받고 선거운동해주는 풍토가 사라지고,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길거리 선거운동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최소한의 인원만 동원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모습이 돈 먹는 하마처럼 보인다. 가능한 각 당마다 선거운동원을 통합하여 선거운동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꽃은 조화로울 때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실현하는 선거문화의 봄이 되었으면 한다.

임영석  imim0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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