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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에서>아전인수(我田引水)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경계에서
△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2008년쯤으로 생각된다. 갑자기 눈에 이상이 왔다. 눈앞에 나타난 모든 사물이 겹쳐서 보였다. TV도 제대로 볼수 없었다. 물론 운전대도 잡을수 없었다. 계단을 오르 내릴 때는 미리 한쪽 발로 더듬어서 확인한 뒤 걸을수 있었다. 너무 답답해 가슴을 치기도 했다. 내 몸에 나타난 불청객은 안과질환인 복시(複視,double vision)였다. 당시 방송사 노조위원장으로 전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때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필자는 자주 울컥했다. 복시는 뇌질환의 일종이라고 한다. 뇌에서 눈으로 연결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뇌졸중, 뇌출혈의 전조증상으로 일컬어 진다. 다행히 수도권 큰 병원에서 한달간 치료 끝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좀 과민반응일지 모르지만, 복시를 경험한 필자는 ‘나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봤다.

필자가 과거 직접 겪었던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최근 장애아동을 둘러싸고 벌어진 명암 때문이다. 우선 어두운 부분부터 보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27일 철원의 모 초교에서 발생한 뇌변병 장애아동의 인권침해사례를 발표했다. 피해 아동은 친구들로부터 ‘좀비’라고 놀림을 받는 등 수차례 학교폭력을 당했다. 교사인 아빠는 학교측에 신고했지만, 학교측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인권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 사건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거듭된 피해부모의 신고에도 학교측은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으레 겪을수 있는 일”로 치부하고 오히려 가해학생들을 두둔했다.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 편견, 폭력을 예방하고 가르쳐야 할 교육현장에서 나타난 반교육적 민낯에 그저 말문이 막혔다. 우리사회 두텁게 처진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속에서 아이를 뒷바라지 하며 마음고생 했을 피해아동 부모를 생각하면 우리는 죄인의 심정이라 할수 있다. 학교측이 뇌병변 장애아동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아주 유감이다. 시대착오적이자 반문명적, 반사회적 행태나 다름없다.

같은날 원주시청 7층 회의실에서는 장애인 학부모연대 회원들과 원주시, 강원도교육청, 원주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원주특수학교 설립에 따른 간담회가 열렸다. 옛 봉대초교에 추진중인 특수학교 신축공사가 주민반대로 7개월째 중단됐다 최근 가까스로 합의를 이끌어내 본격 공사에 나서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것. 학부모들은 “합의는 잘 된 것이냐. 이러다 또 중단되는 것 아니냐”, “확실하게 합의가 된 거냐”며 걱정스런 발언을 이어갔다. 학부모들은 원주시의 인구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학교부지 추가 확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주시와 강원도교육청은 장애는 남의 문제가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추가부지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강서구와 강원도 동해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특수학교 설립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사못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가운데 90%가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장애가 후천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원주시와 교육당국은 특수학교 설립문제를 공익적,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교 안에 인근 주민들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아이들과 함께 할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상생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 장애아동들이 차별없이 당당히 교육받을수 있는 평등실현의 장이 돼야 한다. 강원도 리딩도시를 자처하는 시민이라면 이런 배려의 품격, 공동체 의식은 얼마든지 발휘될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에게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하다.

심규정  shim66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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