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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소금산출렁다리, 그리고 지역정체성
△ 전영철<상지영서대 교수>

얼마 전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무등산의 뒤편 광주호 주변 광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담양군 남면에 조선시대 한국정원을 대표하는 소쇄원이 있다. 이 소쇄원에서 지난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체험’이라는 독특한 여행 프로그램이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스물아홉 청년시기에 관광학을 전공하며 소쇄원을 조성한 양산보의 15대 종손과 서당에서 동문수학한 인연으로 소쇄원에서 머무르며 만났던 소쇄원을 연구하는 역사학자, 건축가, 한학자, 미학자들의 가르침을 토대로 어떻게 그때 당시의 세상에 초연했던 선비들의 모습을 재현할까 물음을 던진 한 현장 문화기획자이자 관광기획자의 신념이 무려 23년 만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과잉관광(over tourism)과 젠트리피케이션을 빗댄 투어리티피케이션(touritification, 관광객들로 인해 지역주민이 살던 터를 떠나가는 현상)이 현실이 된 오늘 이 프로그램은 진정한 지역과 밀착한 관광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기회였다. 연간 8백만 명이 담양의 죽녹원, 메타쉐콰이어, 관방제림 등 담양읍내 지역에 집중하지만 관광행태는 광주에서 왔다가 바로 돌아가는 피스톤형 체류로 연계관광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점을 제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따라가며 두 시간 동안의 체험 그리고 마을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차려진 조촐한 처사밥상과 거사밥상까지의 체험은 400년 전 조선초기의 복식을 입는 것으로 시작한다. 복장을 입는 순간 말이 줄어들고 행동에 조신하는 선비로 돌아간다. 산림에 묻혀 학문과 자기수양에 몰입하며 책이 아닌 소우주를 옮겨온 정원공간 속에서 서로에게 어떻게 영감과 교훈을 주고받았는지를 스스로 느끼게 한다. 우선 여행의 길라잡이는 조광조의 제자였다 스승의 뜻이 꺾이자 고향으로 돌아와 은둔지로 소쇄원을 조성한 양산보와 이 공간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하서 김인후 역을 하는 전문가의 안내로 나무와 바위, 봉황처럼 소중한 손님을 기다렸다는 대봉정, 광풍각과 제월당의 건물, 물줄기를 따라간다.

소쇄원을 가장 잘 이해했던 하서 김인후는 소쇄원 48영의 한시로 표현했고 그 시를 따라가다 보면 공간을 만든 이유, 각 공간을 해석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이 공간을 사랑하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철저한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직접 복식을 갖춘 사람만이 아닌 일반관광객들도 양산보와 하서 김인후의 대화와 소쇄원 48영 시를 들으며 같이 소쇄원의 속으로 빠져든다.

이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나서 느낀 점은 관광은 지역을 황폐화하게 할 수도 있지만 반면 지역주민의 자존감도 높이고 관광객들로 하여금 장소(place)에 대한 이미지(image)를 각인시켜 장소에 대한 애착도를 높여 재방문하게 만든다. 잘 만들어진 여행체험상품은 기승전결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마치 훌륭한 에술작품을 대하고 난 느낌을 받게 한다.

광주의 남구 양림동의 한옥, 근대의 선교사들의 교회와 사택공간, 펭궨마을의 사례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마을 입구에 여행라운지라는 여행자플랫폼을 조성해 마을에 대한 이해로부터 여행을 이끌어 가게 유도하는 소중한 거점역할을 한다.

원주도 간현 소금산 출렁다리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인근 횡성까지 관광객유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대중관광 현상에 더불어 원주만이 가능한 지역의 근대문화유산과 지역문화의 가치를 활용한 인문여행의 개발, 개별여행자를 위한 거점공간의 마련 등도 필요해 보인다.

전영철  wjnews01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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