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세상의 자막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임영석
  • 승인 2018.04.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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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뜻은 꽃이 피어 열흘을 못 간다는 뜻이다. 전직 대통령 두 분이 구속되어 있는 것을 보니 더욱 더 화무십일홍이란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슴에 와 닿는다. 천년만년 부와 명예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 보였던 대통령이란 자리에서 무엇을 바라보았을까 싶다. 대통령을 지낸 분의 가슴에만 간직된 생각일 것이다. 그 누구도 그 대통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질 수 없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봄의 꽃은 추운 겨울을 이기고 세상에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제 아름다움을 뽐내려고 피어난다. 때문에 꽃이 피다가 춘삼월 눈비에 얼어붙기도 하고 꽃샘추위에 더딘 발자국을 옮기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봄꽃은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주기도 하지만 지난 추운 겨울이 다 지나갔다는 마음을 안겨준다.

꽃이 피어서 지지 않으면 꽃이 아니다. 꽃이 피어서 져야만 열매가 맺기 때문이다. 식물이나 나무들에게 꽃은 단지 제 씨앗을 남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식물과 나무들의 꽃을 보며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지만, 꽃은 나무와 식물에게 절실한 자기표현인 셈이다. 이 절실한 표현을 통해서 꽃에 나비와 벌을 불러들여 씨앗을 맺을 수 있게 도움을 받는다. 또한 벌과 나비는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받으며 서로가 상생하는 관계로 살아간다.

그러나 옛 선인들은 이러한 자연의 조화를 통해 사람의 삶에 대한 호된 교훈을 남겼다. 그 말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다. 또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처럼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것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도 아마 이러한 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35년 가까이 詩와 時調를 쓰면서 바라본 꽃 중에 지지 않는 꽃이 있었다. 사람의 가슴에 피는 희망 꽃과 바다의 평등이 피워내는 소금꽃은 아무리 꽃이 피어도 지지 않음을 보았다. 그 바다의 평등함에 보여준 소금꽃에 대한 졸작을 적어본다.

〈출렁이는 바닷물이 / 염전에 와 편히 쉰다 // 평등의 삶 하나 얻어 / 저리 고운 꽃이 핀다 // 염부(鹽夫)는 그 꽃을 가꾸어 / 물의 씨를 받아 낼 뿐 〉- 임영석 시조 「희망」 全文

진실한 꽃은 사람의 가슴에만 피어나는 게 아니다. 소금 사막이 존재하고, 소금 광산이 있고, 소금을 만들 수 있도록 바닷물이 나오는 우물이 산속 깊은 곳에 존재한다. 모두 자연의 이치가 만들어 준 현상들이다. 사람과 동물들은 소금을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때문에 소금은 사람이 가장 진실하게 생각하는 꽃의 하나다.

세상의 나무와 식물의 꽃은 피어서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떨어진다. 그 짧은 시간의 아름다움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권력을 잡고 명예를 얻은 자리에 머무르는 시간을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러한 자리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하도록 화무십일홍이니 권불십년이라는 말을 새기도록 하였을 것이다.

소금꽃은 냉혹하게 피어난다. 바닷물을 가마에 넣고 뜨거운 불을 피우거나 아니면 넓게 물을 펴서 햇볕에 말려야 소금꽃이 피어난다. 모두가 스스로를 옥조이고 다지고 단련해야 얻어지는 결과들이다. 이 소금꽃이야말로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무색한 꽃이다. 그만큼 쉽게 피지 않았고 쉽게 상하지 않고 쉽게 변하지 않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권세가를 걷겠다는 사람들은 가슴에 花無十日紅, 또는 權不十年이란 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선거후 부정한 방법이 탄로나 우후죽순 꽃잎 떨어지듯 낙엽 떨어지듯 추락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그러한 부정한 모습이 없기를 바란다. 땀으로 얻은 꽃은 지지 않는다. 그 땀의 노력으로 민심의 마음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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