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황장목숲길 유감
<김대중 칼럼>황장목숲길 유감
  • 김대중
  • 승인 2018.05.07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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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작년이 제주 올레길이 생긴지 10년이다. 그동안 무려 720만명이 이 길을 걸었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은 이제 세계적인 길 브랜드가 됐다. 올레길의 명성 이후 전국적으로 길 만들기 바람이 불었다. 전국 지자체의 ‘영혼 없는’ 길 둘레길은 우리의 고질병인 따라하기 행정의 산물이다. 그런 광풍속에서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깔고 탄생한 소소한 길들은 걷기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 달맞이길, 수원 화성성곽길, 부여 사비길, 안동 하회마을길 등등..... 올레길은 제주라는 특수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역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모두 그 지역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 속엔 당연히 역사와 문화가 핵심이다. 이들 길은 아마도 인간이 두발로 걸어다니는 행위를 계속하는 한 걷고 싶어하는 길로 오래도록 사랑을 받을 것이다.

원주에는 황장목숲길이란 길이 있다. 흔해빠진 금강소나무숲길이니 구룡사길로 불리던 길의 탄생은 이렇다. 다른 지역들처럼 자기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줄 길이 없어서 필자가 몇 년전에 어떤 일을 계기로 만들게 되었다. 황장목이 무엇인가. 조선시대엔 왕이 죽으면 왕의 관을 짜는데 황장목이란 최고 품질의 소나무를 썼다. 조정에서는 이들 소나무를 보호하기위해 그 소나무 군락지를 보호림으로 지정하고 입구에 황장금표라는 경계판을 설치했다. 황장목 보호를 위해 경차관이라는 관리도 파견했다. 원주 치악산 구룡사 일대가 바로 그 황장목 군락지다. 물론 전국적으로 60여곳에 황장금표를 설치해 관리하는 황장목 봉산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치악산 일대처럼 보존되고 있는 곳이 드물다. 특히 황장금표가 3개나 설치된 곳은 없다. 치악산 황장목의 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 너무도 귀한 역사적 자산이며 우리만의 문화이다. 널리 알려서 원주를 상징하는 브랜드 길을 만들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마침 작년에 송기헌국회의원과 원주옻칠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행사를 찾던중 황장목 숲길 걷기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 (사)원주옻칠문화진흥회의 주최로 행사를 열면 대외적으로 옻칠문화진흥회란 단체의 존재도 알리고 당연히 원주옻의 가치도 홍보할 수 있어서였다. 예산 확보를 위해 대외적인 명분은 마침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어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붐업 조성을 위한 행사로 추진했다. 물론 시도비 예산확보에 송의원이 전적으로 힘썼다. 도비와 시비 각 2천만원씩에 자부담 320만원을 들여서 모두 4천32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8월12일에 열린 행사에 8백명을 선착순으로 신청받았는데 너무 많아서 제한했다. 서울에서도 50여명이 참가했고 부산에서도 참가했다. 먼데서 참가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황장목숲길이란 이름이 특별해서 참가한다고 했다.

‘인간은 언어가 보여주는 대로 현실을 인식한다’는 역사철학자 훔볼트의 말을 절감했다. 황장목숲길이란 길을 원주 대표 길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 행사가 올해 다시 공모사업으로 추진돼 옻칠문화진흥회가 참여했는데 원주시걷기협회가 주최하게 됐다. 원주시는 자부담 비율이 적어서 탈락시켰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옻칠문화와 걷기가 무슨 상관이 있냐는 무지의 이야기도 들린다. 걷기는 문화이고 삶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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