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6) 슈베르트 연가곡집 ⓷ 백조의 노래 (Schwanengesang)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66) 슈베르트 연가곡집 ⓷ 백조의 노래 (Schwanengesang)
  • 최왕국
  • 승인 2018.05.21 0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왕국<작곡가>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집 중 가장 먼저 작곡된 것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1923)’이며, 그로부터 4년 후 ‘겨울 나그네(1827)’가 작곡되었고, 그의 마지막 연가곡집인 ‘백조의 노래 (D.957)’는 슈베르트가 마지막 생애를 보냈던 1828년에 작곡되었다.

보통 연가곡집이라 하면 한 시인의 연작 시에 곡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슈베르트의 마지막 연가곡집인 ‘백조의 노래’는 그렇지 않다. 첫 7곡은 ‘렐슈타프’의 시에, 다음 6곡은 ‘하이네’의 시에 각각 노래를 붙였으며 마지막 제14곡 ‘비둘기 전령’은 ‘자이들 (Seidl)’의 시에 노래를 붙인 것이다. 따라서 다른 연가곡집들과는 달리 ‘백조의 노래’는 수록된 곡들 사이에 서로 연관성이 없다.

사실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도 슈베르트가 붙인 것이 아니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출판업자 ‘하슬링어’가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 14개를 하나로 묶어서 출판하였는데, 소문에 의하면 정작 슈베르트는 ‘하이네’의 시에 붙인 노래들을 하나로 묶어서 출판할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백조의 노래는 출판업자의 상술이 엿보이는 제목인데, 속설에 따르면 백조는 평생을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 단 한 번 아름답고 구슬프게 운다고 한다. 그 때문에 백조의 노래라는 말은 ‘한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을 칭할 때 쓰이곤 한다. 그래서 하슬링어는 이 곡집에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 같다.

원래 ‘백조의 노래’라는 말은 기원전 3세기 경 그리스 신화에서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 이솝 우화를 비롯한 서양의 여러 문학 작품에서도 인용되어 왔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 이야기를 언급했다고 한다.

또한 플라톤에 의하면 독배를 마시러 가기 직전 소크라테스가 백조의 마지막 노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죽음을 앞둔)백조의 마지막 노래는 슬픈 노래가 아니라, 아폴론 신을 만나러 가는 희망에 찬 노래다”라고 했다고 한다. 아테네 시민들로 부터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자기는 죽음을 기쁘게 맞이하겠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이기 위하여 백조의 마지막 노래 이야기를 인용했던 것이리라.

백조의 노래는 다음과 같은 1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 ① 사랑의 사자 (Liebesbotschaft)
  • ② 전사의 예감 (Kriegers Ahnung)
  • ③ 봄의 동경 (Frühlingssehnsucht)
  • ④ 세레나데 (Ständchen)
  • ⑤ 나의 보금자리 (Aufenthslt)
  • ⑥ 먼 나라에서 (In der Ferne)
  • ⑦ 이별 (Abschied)
  • ⑧ 아틀라스 (Der Atlas)
  • ⑨ 그녀의 화상(Ihr Bild)
  • ⑩ 어부의 딸 (Das Fischermädchen)
  • ⑪ 도시 (Die Stadt)
  • ⑫ 바닷가에서 (Am Meer)
  • ⑬ 그림자 (도플갱어; Der Doppelgänger)
  • ⑭ 비둘기 전령(Die Taubenpost)

이 곡집에 수록된 노래들은 거장 슈베르트의 마지막 가곡들이므로 대단히 원숙미가 넘치는 아름답고, 구슬픈 주옥 같은 곡들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는 단연 제4곡 ‘세레나데’이다. ​세레나데란 밤에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거나 연주하는 사랑의 노래다. 곡집에는 ‘Ständchen’이라고 써 있는데, 서서 부른다는 뜻으로 ‘Ständ’라는 접두어가 들어가 있다.

사랑의 기쁨 보다는 사랑의 슬픔과 아련함을 담은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내 노래는 이 밤의 어둠을 뚫고 그대에게 나즈막히 간청합니다.
  • 고요한 수풀 아래로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게로 오세요
  • 잔 수풀 가지들은 달빛 속에서 속삭이며 살랑거리네요 (중략)
  • 그대도 가슴을 열어 주세요 그대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 제발 나에게로 돌아와요"

보컬 파트의 멜로디가 나오면 곧이어 피아노 파트가 같은 멜로디를 따라하는 방식의 매우 세련된 진행, 단조와 장조 사이를 넘나드는 화성 진행은 듣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훗날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도 편곡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드라마 ‘여름향기’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친근한 곡이다. ‘Franz Schubert’와 ‘Franz Liszt’는 이름(first name)도 같고 매우 친한 사이였는데, 리스트는 슈베르트의 가곡 600개 중 무려 100개 이상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했다고 한다.

오늘 들으실 곡은 리스트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이다.

https://youtu.be/Q3cag2bmORc (클릭)

유튜브 검색어 : 슈베르트 세레나데 피아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