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외로움을 이기는 도시가 필요하다
<세상의 자막들>외로움을 이기는 도시가 필요하다
  • 임영석
  • 승인 2018.05.28 0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임영석<시인>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눈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문제이다. 외로움은 현대인 모두가 느끼는 문제이지만 특히 실업자, 저소득 1인 가구, 이민자, 독거노인, 은퇴자 등에게 사회적 고립의 단초가 되기 쉽다.

외로움은 모든 사람들이 부딪치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내적 갈등을 이겨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새롭게 제시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문제로 심각한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 생각된다.

미국의 총기 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되는 문제도 결과적으로 본다면 외로움을 해소하지 않은 것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멸시를 당했다거나, 자기 자신의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저항에서 외로움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외로움으로 인한 비관적인 삶을 생각하는 사람이 일 년에 1만 3천 명, 하루 35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사회이다. 이러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회적 복지 시설을 확충하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문제를 제시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젊은이가 취업을 못해 찾아오는 우울증이나 핵가족으로 대화할 대상이 없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이웃 간에 믿음이 봉인된 아파트 같은 생활공간이 외로움을 증식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밥을 짓기 위해서 산에 나무를 해야 하고 물을 길어 와야 했지만 지금은 모든 삶의 구조가 집안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남자가 되었건, 여자가 되었건 혼자 빨래도 하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발전되어 있다. 그러나 그 발전된 속도만큼이나 사람에게는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찾아오고 있다고 본다.

최영철 시인의 시 「찔러본다」는 햇빛과 바람이 자연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확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살아 잇는지 죽어 있는지 확인을 하는 작품이다.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햇살/ 깼나 안 깼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랭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자연의 모습도 봄 되면 봄바람이 불어와 풀씨들 나뭇가지들 깨워서 새싹을 싹트게 한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봄바람 같은 그런 삶의 기운이 북돋아지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을 예술이 스며들어 채워져야 할 공간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을 읽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악기를 다루는 일, 노래를 부르는 일, 춤을 추는 일, 그것을 직접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직접 할 수 없는 사람에게 듣고 보고 느끼며 즐기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예술가에게 외로움이란 새로운 창작의 시간이 되지만, 일반인에게 외로움이란 삶을 살아가는 데 커다란 담이 된다. 그 외로움의 담이 높아질수록 고립되고, 세상 밖으로 자기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도시가 형성되면 일정 공간 이상이 공원이 만들어져야 하고, 삶의 휴식 공간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은 사람이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쉽게 찾아가 하루를 편하게 지낼 공간이 있어야 한다. 산을 찾는 일도, 산책을 하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운동을 하는 일도 한계가 있다.

원주에서 비 오는 날 하루를 편히 쉬며 지낼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면 원주가 사람 살기 좋은 도시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란 외로운 사람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접근성이 있어야 하고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그러한 삶의 공간을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반영하지 않으면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외로움을 이겨내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