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슬로건 경쟁…귀에 ‘쏙’ 들어오는 구호는
후보들, 슬로건 경쟁…귀에 ‘쏙’ 들어오는 구호는
  • 심규정·정용환기자
  • 승인 2018.06.0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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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문순 후보 ‘위대한 도민과 함께’
  • 정창수 후보 ‘일하는 도지사’
  • 원창묵 후보 ‘원주의 가치를 높인 시장’
  • 원경묵 후보 ‘함께하면 모든것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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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로건 ‘고도로 압축된 말의 조합’
  • 전문가들 “의미의 집약성·강조점 중요”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된 지난달 31일 우산동 철교앞 사거리.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봄바람과 함께 출렁이고 있었다. 한국당 정창수 지사후보의 현수막이 눈에 확 들어왔다. 환한 미소와 지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일하는 도지사’란 슬로건이 거슬렸다. 바로 옆에 설치된 민주당 유석연 시의원 후보의 현수막에는 ‘일 참 잘하는 일꾼’이란 슬로건과 대비됐다. 길을 지나던 한 시민에게 묻자 그는 “선출직들은 당연히 일하는 일꾼”이라며 “시민의 심부름꾼으로 일하는 것은 기본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후보들도 ‘일하는 ...’이란 카피를 단골로 사용했다. 이에 반해 어떤 후보는 ‘일하는...’ 앞에 ‘야무지게’를 넣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슬로건 경쟁이 치열하다. 선거 슬로건은 후보의 가치·정책·감성을 드러내는 고도로 압축된 말의 조합이다. 때문의 의미의 집약성은 물론 강조점이 중요하다. ‘발은 묶고 입은 푼다’는 최근 선거에서 가슴에 와닿는 슬로건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다. 민주당 최문순 도지사 후보는 ‘위대한 도민과 함께’를 내걸었다. 얼핏보면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강원도민의 격(格)을 추켜세우고 도민들과 동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원주의 가치를 높인 시장’이란 민주당 원창묵 시장 후보의 카피라이팅은 ‘재선 시장으로서 많은 성과를 냈다’는 일 잘하는 시장의 의미로 다가온다. “한번 더 기회를 주면 원주의 품격을 높이겠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한국당 원경묵 시장후보의 ‘함께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집니다’는 통합의 리더쉽과 함께 힘을 실어달라는 간절한 호소가 내포되어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후보는 추상적인데다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키워드로 조합을 맞춘 것처럼 보이는 슬로건을 선보여 시민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시민이 원주의 희망’이라거나 ‘공약은 오로지 사람입니다’ 등 몇 번 읽어보고 의미를 골똘히 생각해보게 하는 난해한 슬로건도 자주 볼수 있다. ‘맘껏 불러주세요’란 슬로건은 ‘시민의 충실할 심부름꾼이 되겠다’, ‘소통의 달인이 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심어주지만, 한편으론 ‘너무 가볍다’, ‘선거슬로건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의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슬로건은 간단 명료하지만, 단번에 행간에 숨져진 의미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 번 읽으면 명확하게 머리에 와닿는 슬로건이야말로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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