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원주시의 천수답행정, 쓰레기더미에 묻혔다
<비로봉에서>원주시의 천수답행정, 쓰레기더미에 묻혔다
  • 심규정
  • 승인 2018.07.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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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주 큰 결심을 했다. 업체에 의뢰해 단계동 본가에 사비로 쓰레기투기 감시용 카메라 설치를 의뢰했다. 필자의 본가 담장 한쪽 구석은 인근 주민들이 갖다버린 쓰레기로 넘쳐나 마치 ‘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일반쓰레기는 물론 음식물쓰레기까지.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악취는 물론 음식물이 밖으로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히 적신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오가는 시민들이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은 당연하다. 작고하신 아버지, 어머니는 생전에 쓰레기 스트레스로 ‘저거 어떡하냐’, ‘미치겠다’는 말을 되뇌곤 하셨다.

지난 2017년 7월 경기도에 사시는 형님이 고향을 찾아 어머니의 푸념을 듣고 직접 시청에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기하기 까지 했다. 형님은 지금도 민원접수내역이 상세히 적혀 있는 이미지파일을 보관하고 있다. 최근엔 필자의 동생이 직접 행정복지센터에 대책을 호소했다. 그러나 시는 ‘쓰레기 무단투기시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형식적인 경고성 현수막만 내건 채 이렇다 할 손을 쓰지 않았다. 이런게 탁상행정의 전형 아닐까. 가족의 이런 불편을 지켜본 필자는 시에 아무런 전화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생전에 청탁을 멀리하라 하셨고 필자 스스로 마치 특권의식을 부리는 것 같아 속으로 감정을 삭일 뿐이었다. 며칠전 동생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 “형님, 날씨도 푹푹 찌는데, 쓰레기 투기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체념 섞인 말투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다. 보다 못한 필자는 담당과장에게 전화로 직접 민원내용을 알린 뒤 해결책을 모색해 달라고 했다. 물론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시로부터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필자가 이같은 글을 페이스북과 밴드에 올리자,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시민들의 목격담이 댓글로 줄줄이 달렸다. 필자는 요즘 출퇴근시 하루에 두번 단계동 본가를 둘러본다. 쓰레기하치장의 모습은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원주시는 쓰레기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CCTV를 시내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필자의 본가로부터 40미터 떨어진 곳에도 이 CCTV가 설치돼 가동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경고안내문이 흘러 나왔다. 쓰레기 민원은 예나 지금이나 미완의 과제다. 일부에서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질타한다. 1차적인 책임소재는 ‘내 집 앞은 안되고 남의 집 앞은 된다’는 몰상식한 암체족들의 일탈이 맞다. 그러나 과연 성숙한 시민의식  부족만 탓할 수 있을까. 그 많은 혈세를 투입해 방범용CCTV와 쓰레기투기 단속CCTV를 설치하고 있는데, 과연 적정장소에 설치했는지, 설치시 힘 깨나 있는 분들이 민원제기시 우선 설치해 주는 것은 아닌지, 많은 시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원주시는 뒤늦게 쓰레기투기가 이뤄지는 곳을 화단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전해왔다. 필자는 “필요없으니 신경끄라”는 투로 답변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쓰레기 민원, 시끄럽게 해야 마지못해 움직이는 것 같은 늑장행정, ‘우는 아이한테 떡하나 준다’는 식으로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한 처사에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려서부터 필자를 지켜본 한 어르신의 말씀은 아직도 필자의 머리속에 선연히 남아있다. “기자가 합리적인 부탁을 했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는데, 하물며 시민들이 부탁하면 오죽하겠냐!” 6.13지방선거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은 말이 있다. 정치인·전문직 출신인 시장이 이젠 완전히 관료화 됐다는 지적이다. 오랫동안 시정을 이끌어와서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그러려니 해서 공직사회가 나태해졌다고 지적한다.

온정주의적 리더쉽으로 일관해 이같은 공직자들의 천수답 행정이 잉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신뢰는 시민의 응집력을 키워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만, 불신은 시민들을 서서히 달아나게 한다. 이런 세상의 이치가 쌓이게 되면 ‘숨은 적대자’를 양산할수 밖에 없다. 옆집 강아지가 짓는다고 생각해도 이제 어찌할수 없는 노릇이다. 부모님 추억이 깃든 집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쓰레기더미를 지켜보는 것은 가마솥더위 만큼 짜증의 연속이다. 원주시의 뒷짐 진 행정, 신뢰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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