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태의 ‘행복바이러스는 훈풍을 타고'>비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김종태의 ‘행복바이러스는 훈풍을 타고'>비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 김종태
  • 승인 2018.07.30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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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아모르컨벤션웨딩 대표>

한증막 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지난주. 시내 중심가에서 한 장면을 접하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7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리어카에 폐지를 잔뜩 싣고 지나갔다. 하늘에서는 태양열이 내리쬐고,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있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외출을 삼가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오는 사무실이나 집에 박혀지내는 ‘방콕족’을 자처하지만, 할머니는 뙤약볕을 맞으며 생계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됐고, 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쳤다. 폐지줍는 어르신들의 하루 수입은 겨우 5,000~10,000원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커피 한잔 값, 한끼 식사 값을 벌기위해 살인적인 무더위에 맞서 싸우다니...나이가 들면 자식들에게 몸을 의탁하거나 소일하며 여생을 보내는게 맞지만, 요즘 폐지줍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초고령화 사회(65세이상 노인이 20%사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런 어르신들의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될 것같다. 

할머니를 거리로 내몬 것은 돈 때문이다.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세상이다. 돈과 관련한 우스갯소리를 들으면 착잡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돈이 피보다 진하다’거나 ‘사람은 죽어도 돈은 죽지 않는다’, 심지어 탈무드에는 ‘돈을 보고 쫓아가면 돈은 더욱 멀리 도망간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돈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몸소 실천한 가문이 있다. 바로 유대인 최고 명문가이자 세계금융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다. 이 가문은 기부와 자선의 전통을 대대로 실천해 왔다. 돈에 눈이 멀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면 돈도 가문도 구름처럼 사라지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피가 돈보다 진한게 확실하다는 사실을 로스차일드 가문은 실천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 현대처럼 스웨덴의 대표적인 기업인 발렌베리 가문은 돈은 번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는게 그 집안의 정신적인 대들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지 말고 100년을 내다보고 기업경영을 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과 가문만을 위해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대표적인 가문이 있는데, 바로 경주 최부자다. 일제시대 독립군에 군자금까지 지원한 사실이 밝혀진 이 가문은 ‘주변 100리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거나 ‘흉년에는 재산을 늘리지 말라’를 육훈(六訓)으로 남겼다. 이웃이 굶주림을 겪으면 어김없이 곳간을 열어 제쳤다. 발렌베리 가문은 ‘존경받는 삶을 살자’, 경주 최 부자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자’로 각각 삶이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대학교와 중학교에 재학중인 딸,아들이 있다. 항상 아이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사업체는 절대 물려주지 않는다”고. 시련과 고난없이 성장한 아이들은 창의력이 부족하고 나약해져 전쟁터, 밀림의 정글같은 이 세상에서 패배자가 될 수 있다. 다행인지, 우연인지 미술을 전공하는 딸 아이는 대학교수가, 아들은 과학자가 꿈이란다. 아이들이 자신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도록 묵묵히 뒷바라지 할 요량이다. “아빠의 몫은 여기까지 란다” 아이들이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위대한 가족을 만드는 7가지 원칙’(원제 Family first)이란 책에서 심리학자 필 맥그로(Phil Mcgraw)는 “식구가 넷이라면 가족은 넷이 아니라 다섯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섯번째 가족은 다름 아닌 가족 네명의 성격을 하나로 만드는 가풍이다. 존경과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게 아니다. 비죽음이란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나눔을 실천해온 부자들은 지금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들의 정신은 모든 이의 뇌리속에 남아 살아 숨쉬고 있다. 

마음의 크기, 나눔실천의 의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우리주변에서는 음지를 향해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휼륭한 평판은 쌓이고 쌓이면 잘 익은 술처럼 향이 깊고 오래간다. 행복바이러스가 곳곳에 스며들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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