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품위(品位)있는 노년
<살며 사랑하며>품위(品位)있는 노년
  • 임길자
  • 승인 2018.08.06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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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정토마을 원장>

“행복의 핵심은 마음의 평화, 영혼의 평화”라고 했던 어느 성직자의 말이 생각난다. 욕망을 억제하고 자연과 가까이하면서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행복한 삶의 자세임을 일깨우는 말로 나는 이해했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행복을 감지하는 포장지는 좀 다른 듯싶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유명해지기 위해, 더 큰 권력을 차기하려고 그야말로 아등바등 몸부림으로 본의(本意)가 아니게 마음의 여유를 묻어두고 산다.

오랜 기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좀 휴식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쉼”을 불편하게 한다. 예전에는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하게 된 경우 이를 평생직장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정년퇴직을 하면 휴식이 당연했던 사회적 환경을 경험했다. 아마 그 시절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70세를 채 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회적 변화와 함께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100세 이상으로 끌어올린 지 오래이다.

공직에서 36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가까운 지인의 최근 근황을 들으며 새삼 생각이 많아졌다. 직장에서 오랫동안 분주하게 살아온 생활방식은 생리적 습관이 되어 퇴직 후 한동안 심신의 조절기능을 흔든다. 현역시설 조직 안에서 상위직급에 있었던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을 거느려 보기도 했고, 나름의 권한을 휘둘러보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며 그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에게도 권한이 없는 그냥 한 사람의 개인으로 여기며 사는 것! 가볍지 않은 갈등이다. 찾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어 들 것이고, 안·밖에서 자신의 존재감은 특별할 게 없으니 마주하는 매일이 즐거울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시설 부여되었던 권력과 권한을 지혜롭고 잘 배분하고, 겸손하게 나누고 배려하는 일상을 산 사람들은 그나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의 충전이 좀 빠를 것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겸손은 멀리 출장 보내고, 교만과 아집으로 기본을 상실하고 사는 이들을 종종 본다. 자리는 언제나 변하고 사람은 누구나 늙기에 지금 이 순간! 지금 머문 자리에서 내일을 향한 안목이 필요할 터! 얼른 민심을 알아차리면 좋겠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장 먼저 어르신들 방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어느 방에선 세분의 어머님이 매일 아침 기도를 하신다. 신앙의 주체는 각기 다르다(한분은 교회, 한분은 절에, 또 한분은 성당에 자신의 적을 두고 계신다). 기도가 끝날 때 까기 기다렸다가 어머님들께 여쭈었다. “어머니! 오늘은 누굴 위해 기도하셨어요?” 세 어머님은 저마다의 새끼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하시며 끝에 세분의 입에서 동일하게 등장하는 한마디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 원장님 큰일 하도록 힘을 달라 빌었어”라고...

지금은 비록 집도 아닌 다른 곳에서 타인의 돌봄으로 일상을 살지만, 가슴 깊은 곳에선 누군가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면서 늙어가는 어머님들을 통해 품위있는 나의 노년을 고민해 본다. 새가 울면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꽃이 피면 꽃향기를 맡고, 바람이 불면 바람의 방향에 눈을 돌려 자연 속에서 천지우주를 느끼는 삶! 잡초 속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 한 송이, 산 여울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은 물고기, 두둥실 떠가는 하얀 조각구름 한 덩이,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간절함을 살피는 삶! 더도 덜도 아닌 지금으로 늙음을 인정으로 가꾸어가는 삶! 세상의 이치와 악수하며 품위(品位)있는 노년을 새로이 설계한다.

요즘은 연일 거듭되는 폭염으로 만나지는 사람들과의 인사가 “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로 시작한다. 기상청이 알리는 최고기온은 날마다 숫자를 달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폭염을 인력으로 피할 순 없으니 “더워서 못 살겠네”라는 말보다는 살기위한 나름의 방법으로 내안에 ‘마음 나눔’이라는 공감터를 만들면 좋겠다. 그곳에서 착한 언어를 나누고, 예쁜 미소를 건네며, 좋은 기운을 주고 받다보면 어느새 더위는 그냥 이 계절에 만나야 하는 자연의 섭리라 여겨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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