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린 것
<김대중칼럼>자연은 후손들에게 잠시 빌린 것
  • 편집국
  • 승인 2018.08.1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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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인류 문명의 역사는 자연 재해 극복의 역사다. 자연 재해를 잘 극복하냐 못하냐에 운명이 정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문명사가 마야 문명이다.

엊그제 마야 문명이 소멸된 원인을 가뭄이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관심을 끈다. 멕시코 과테말라 등 고대 중남미에서 신비로울 정도의 아름다운 문명을 꽃피웠던 마야문명. 현대 도시에 버금가는 도로와 수로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백만명에 이르는 인구를 가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문명이다. 최고의 번영을 누리던 마야는 그러나 900년대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들이 남긴 유적만으로 추측을 할 뿐이다. 외계인 침략설을 비롯 대가뭄, 전염병 등 마야문명의 소멸은 수수께끼로 남아 내려왔다. 지난 2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 플로리다 대학 공동 연구진은 당시 발생한 심각한 가뭄이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있는 치칸카납(Chichancanab) 호수의 석고 성분과 산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고대 마야 왕국의 중심으로 추정되는 이 호수 바닥의 침전물 분석으로 800년께와 950년께에 이 지역에 심각한 가뭄이 발생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강우량이 평상시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가장 심각한 시기에는 무려 7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950년에 마야 문명이 멸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뭄이 고대 인류 최고의 문명을 집어 삼킨 것이다.

대한민국도 사상 최악의 폭염에다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폭염으로 인간만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마찬가지다. 땅위에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물속에 있는 생명조차 생사를 다툰다. 농어촌의 시름은 더 커지고 있다. 밭작물은 대부분 타들어가고 있다. 물을 줄 수 있는 시설이 된 곳은 지하수를 이용해 다행이다. 지하수조차 없는 곳에선 트럭에 물탱크로 물을 퍼다 주고 있다. 근근이 버텨가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 무서운 태풍을 학수고대하는 지경이다. 아름다운 별 지구에 있는 생명들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날씨는 인간의 삶에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 태양, 구름, 바람, 비 등에 맥없이 휘둘린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들이 그렇다. 생명이란 나약한 존재다. 그래서 그들에게 얽매어 산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들을 절대 존재로 신앙하게 된 것도 그 이유다. 그러나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들의 존재적 위상은 작아졌다. 아니 작아진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그렇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보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과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화성을 탐사하고 우주여행을 준비한다. 여차하면 지구를 버리고 우주의 어느 행성으로 이주를 하면 된다고 꿈꾼다. 지구 정도야 망가져도 걱정될게 없다.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실컷 쓰고 화석연료 빵빵 사용한다. 내 죽은 뒤에 지구가 폭발하든 사라지든 무슨 관계냐다. 자연에 철저히 순응하며 겸손했던 마야 문명도 가뭄 한방에 사라졌다. 오만과 이기심으로 자연에 대응하는 현대 문명은 어떨까.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환경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자연에 대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에게 잠시 빌린 것이다’라는 인디언들의 격언이 진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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