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풀꽃 시인 나태주
<세상의 자막들>풀꽃 시인 나태주
  • 임영석
  • 승인 2018.09.0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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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세상에 가장 흔한 것이 풀이다. 그 흔한 풀들은 서로가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아간다. 햇빛 한 줌을 더 차지하려고 이른 봄 싹이 트는 것이 있는가 하면, 바위틈 절벽에 붙어 생명을 유지하는 것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이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게 있는가 생각하게 한다. 어느 풀은 싹이 나자마자 동물들의 입에 뜯겨 먹히고, 어느 것은 사람의 발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있고, 어느 것은 꽃대만 밀어 올려 꽃부터 피우는 것이 있다. 이 모두가 살아가는 생존전략이다.

8월 27일 풀꽃의 시인 나태주 시인을 뵙고 왔다. 우리가 사는 일생이 풀꽃 같은 삶의 과정이란 생각을 했다. 가뭄에 단비가 공주 풀꽃 문학관을 오고 가는 내내 내렸다. 풀꽃 문학관은 월요일이라 휴관이었다. 하지만 미리 약속을 한 터이라 방문객이 없는 풀꽃 문학관에서 선생과 두어 시간 살아온 삶의 시간들과 시를 쓰는 마음들, 26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75세의 나이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계간 스토리 문학 발행인, 편집장, 부주간인 나, 그리고 보령에서 돌에 시를 새기는 시인이 함께 했다.

실제 나태주 시인을 알게 된 것은 오래되었다. 고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그의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읽었으니 말이다. 그 후 금산의 좌도시와 인연이 되어 만났고, 이번에 스토리 문학 메인 스토리로 나태주 시인을 인터뷰하자고 제안하여 충청도의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을 만나게 되었다.

시인 나태주는 언제나 소박하고 시골 학교 선생님의 모습은 여전했다. 비가 오자 공주 시장으로 가서 뜨거운 소고기 머리 국밥을 사주어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나태주 시인은 시인이 되고 나서 첫째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었고, 둘째로 남에게 욕먹지 않고 살기 위해서 마음의 칼을 버리자, 셋째로 남에게 밥 얻어먹지 않기로 했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아픈 것이 없다고 한다. 내가 남을 아프게 하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가난하니까?라는 선입견이 없게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으로 시인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 삶의 결실이 풀꽃을 바라보며 풀꽃 속에서 생의 진실을 바라보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적 작품이 된 시가 바로 「풀꽃 · 1」이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 풀꽃 · 1 전문

이 짧은 시에 세상의 모습이 다 들어 있다. 자세히 바라보는 관계이어야 하고, 오래 바라보는 관계이어야 하고, 그런 꽃을 함께 바라보는 너와 함께 하는 것, 너를 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라는 대상을 경쟁의 대상, 이 세상을 살아가며 대결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풀꽃들도 그렇게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풀꽃들이 풀꽃으로 뭉쳐서 살아가지 않으면 씨를 맺고 자기 종자를 번식하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꽃들도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오랜 시간 습득하여 그 습득된 방법으로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나끔 야생화 전시회를 보게 된다. 저 야생화들을 들에서 숲에서 야생에서 훔쳐 온 것인데, 몰래 캐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진가는 야생화를 찍고 다른 사진가가 찍을 수 없게 그 꽃을 발로 짓밟아 버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이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야생화는 야생화로 들에 피어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오래 그곳에 살아갈 수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고 함께 바라볼 수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것이다. 이것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정신이다.

아름다움은 혼자 간직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이가 함께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풀꽃의 시인 나태주 시인을 만나고 오며 줄기차게 내리는 비가 풀꽃의 마음까지 씻어내기를 바랐다. 산에 들어가 귀한 약초를 캐는 사람, 야생화를 캐는 사람, 야생 난을 캐는 사람, 풀꽃의 마음을 자세히 예쁘게 오래 바라보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오길 바랬다. 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마음,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 몰래 야생화를 캐오지 않는 것이다, 남에게 칼을 들이대지 않는 것, 야생의 꽃과 나무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가난하게 살지 않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 물질적 풍족함보다는 마음이 풍족하게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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