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74) 놀람 교향곡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74) 놀람 교향곡
  • 최왕국
  • 승인 2018.09.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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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

하이든(Joseph Haydn, 1732 - 1809)은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명답게 100곡이 넘는 수 많은 교향곡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그의 말년에 ‘잘로몬’의 초청으로 런던에 가서 작곡한 12개의 교향곡들이 유명하다.

하이든이 위대한 이유는 다소 어려운 음악적 구조와 대위법적 진행을 가지고 있던 이전의 음악들에 비해서 훨씬 쉽고 이해하기 간편한 음악들을 만들었을 뿐만아니라, 그러한 음악적 양식을 확립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헨델이나 바하가 활동하던 바로크 시대만 하더라도 그 이전의 중세나 르네상스 양식에 비하여 더욱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쪽으로 흐르고 있었지만, 아직도 대중들에게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합창곡인 모테트만 하더라도 4성부의 멜로디와 리듬이 모두 달랐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사까지도 달랐다. 예를 들면, 한 성부에서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노래하고 있는데, 다른 성부에서는 어떤 아가씨에게 반해서 그녀를 그리워하며 괴로워 하는 청년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음악감상을 제대로 하려면 모든 성부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들의 조합을 이해하고, 각각의 선율들을 독립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음악적인 지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학식과 교양을 겸비한 귀족들이라고 해도, 대부분 대충 어디서 주워 들은 지식을 가지고서 허세를 부리든지, 여기 저기 눈치를 보며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사람처럼 음악회를 관람하든지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바로크 시대때는 모든 성부의 리듬이 비슷하게 나가는 ‘호모포니(homophony)’ 양식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으니,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 보다는 한결 듣기가 수월했겠지만, 아직도 기악 파트는 ‘폴리포니(polyphony)’ 양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음악은 듣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쪽으로 발전을 해 오다가, 비인 고전파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하이든 시대에 와서 매우 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음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사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음악의 양식을 완전히 새롭게 연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비인 고전파 양식이 하이든 혼자만의 힘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노력과 재능과 공로가 절대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이든은 30년가량을 에스테르하지의 궁정 악장으로서 귀족들을 위한 음악만을 작곡해 왔지만, 그가 모시던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죽음으로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되었고, 음악 매니지먼트를 하던 잘로몬의 제안으로 영국 런던에서 대규모의 청중들을 위한 교향곡을 작곡할 기회가 주어졌다. 대규모 청중 뿐만아니라, 대규모 악단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하이든에게는 분명 가슴 설레는 작업들이었으리라.

이렇게 음악의 양식이 대중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자, 이제는 뼈대 있는 집안에 태어나 교육을 웬만큼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음악회에 자주 갈 수 있는 돈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음악회에 와서 꾸벅꾸벅 졸다가 가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는 것이다.

정설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소통도 잘 하였고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하이든은 그러한 행태를 보이는 관중들을 한 번 골탕먹여 줄 생각을 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교향곡이 바로 잘로몬 교향곡 중 세번째인 ‘놀람’ 교향곡이라고 한다.

놀람교향곡(Symphony No.94 in Gmajor)의 1악장은 느린 서주와 신비한 조바꿈을 동반한 화성진행과 수려한 멜로디로 진행된다. 

이에 비해 2악장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화성진행과 멜로디로 시작을 한다. 마치 동요와 같다고나 할까? 2악장 첫 부분에서 ‘피아노(p;여리게)’로 시작한 이 8마디짜리 단순한 멜로디는 한 번 더 반복되면서 더욱 작은 소리(피아니시모;pp)로 연주된다. 그러다가 16마디의 ‘약박’에서 마치 허를 찌르듯 갑자기 ‘포르티시모(ff;아주 강하게)’로 연주되어 꾸벅꾸벅 졸던 귀부인들이 깜짝 놀라서 깨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 일로 이 곡의 제목이 ‘놀람’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정설은 아니지만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긴 하다.

3악장 미뉴에트는 전통적인 우아한 느낌의 춤곡 보다는 시골 사람들의 쾌활한 춤 같은 느낌으로 좀 더 대중화된 면모를 보이며, 4악장은 하이든 특유의 명랑함과 유쾌함으로 마무리된다.

오늘 들으실 곡은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2악장이다.

https://youtu.be/qG5Z9LzbQpQ (클릭)

유튜브 검색어 : 놀람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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