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황장목숲길 걷기와 산사 음악회
<김대중칼럼>황장목숲길 걷기와 산사 음악회
  • 김대중
  • 승인 2018.09.1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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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연일 38도를 넘던 폭염이 엊그젠데 가을이다. 기억에서 아련해진다. 망각의 동물이 그래서 다행인 듯하다. 연중 가장 좋은 날씨의 시간은 가을 일 것이다. 너무나 좋은 날씨여서 가을은 모두 금쪽같은 시간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그 금쪽같은 가을이 더욱 귀해지고 있다. 이 가을날에 걷기는 축복이고 행복이다. 원주의 자랑인 치악산에 걷기 좋은 길이 여러 개 있다. 그중 역사와 문화를 더듬으며 최고의 숲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 황장목 숲길이다. 황장목숲길은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스토리텔링한 길이다. 원주를 상징하는 정체성을 듬뿍 담은 원주에만 있는 길이다. 치악산 입구 구룡사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쪽 산비탈 쪽에 황장금표가 있다. 땅에 누운 큰 바위에 새겨진 황장금표 글씨가 선명하다. 강원도기념물 제30호다. 이 일대의 황장목은 궁궐에서 임금을 위해 사용하는 소나무이니 벌채를 금한다는 의미의 경고 표지판이다.

​황장목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속이 누렇고 질이 단단한 오래된 소나무란 뜻이다. 황장목은 조선시대 왕의 관을 만드는데 쓰였다. ​왕의 나무다. 그래서 나라에서 전국에 60개소의 황장목 군락지를 봉산(封山)으로 지정했다. 지정만 한게 아니라 임금의 특명으로 경차관을 파견해 관리했다. 이곳 황장목은 소나무 품질이 뛰어난데다 강원감영에서 가까워 관리가 잘되고 한강 상류로 운반이 쉬워 조선 왕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 조선왕조에서 아주 엄격하게 관리했다. 조선왕조실록 1659년 11월18일자에 사간 심세정 등이 원주 목사 김경항을 국문하라는 기록이 나온다. 이 내용을 보면 원주 목사였던 김경항이 황장목 80여 그루를 몰래 베어 관판(棺板)을 만드는 등 탐학한 짓을 제멋대로 자행했으니 잡아다 국문하라고 했다. 왕의 관을 만드는 황장목을 감히 정삼품 목사가 관으로 쓰려 냈으니 엄벌을 받을 짓을 했다.

황장목을 관리하는 황장금표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를 중심으로 설치됐다. 현재 남아 있는 10개의 황장금표가 주로 이 일대에 있다. 그런데 정말 놀랄 일은 치악산에 3개나 있다. 최근에 비로봉 정상 아래쪽에서도 발견됐다. 구룡사 매표소로 올라가기 전 오른쪽 캠핑장 쪽에 있는 황장외금표까지 모두 3개다. 전국 60곳 중에 유일하게 치악산에만 3개를 설치했다. 치악산 구룡사 일대 황장목숲의 가치를 입증한다.

황장금표에서부터 구룡사를 지나 대곡야영장까지 올라가면서 양쪽으로 늘어선 쭉쭉 뻗은 소나무들의 자태는 참으로 비범하다. 구룡사 바로 맞은편 계곡 건너 전나무 숲길도 압권이다. 삼림욕장으로 인기다. ​몸과 마음이 말끔히 정화되는 힐링이다. 황장목숲길을 원주의 브랜드 길로 키우기 위해 작년에 이어 황장목 숲길 걷기 행사가 열린다. 9월 28일 오후 1시 황장외금표에서 출발한다.

​황장외금표에서 시작해 세렴폭포까지 왕복 8km 정도를 걷는다. 걷기 편한 길이다. 황장목 숲길의 이야기도 듣고 구룡사 마당의 산사음악회도 감상한다. 전국적 명성의 전통예술단 ‘아울’ 등이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황장목숲과 구룡사와 음악의 환상 궁합이다. 왕의 나무 황장목숲길에서 잠시 세상사 잊고 힐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산책로 같은 길을 시적시적 걸으며 이야기와 음악으로 치유하는 황장목숲길. 많은 관심과 참여로 원주를 상징하는 브랜드 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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