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서울은 이제 특별한 시민의 것인가?
<세상의 자막들>서울은 이제 특별한 시민의 것인가?
  • 임영석
  • 승인 2018.09.17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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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서울은 말 그대로 특별 시민만 살아가는 땅이 되어 간다고 해도 나무랄 사람이 없는 듯하다.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이 수십억 원이 가고, 1년에 5~6억 원씩 집값이 오른다는 뉴스다. 그러니 돈 있는 특별한 사람이 살아가는 땅이 서울이라고 말한다. 서울은 서울시민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다. 그러함에도 특별한 사람들의 천국이 되어 간다.

나라마다 수도가 갖는 의미는 크다. 각 나라마다 수도는 그 나라의 정치적 구심점이고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주도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그 여파로 서민이 갖는 상실감, 박탈감,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들고 당선이 되었다. 그러함에도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을 갖기엔 턱없이 부족한 정책 대안들뿐이다. 이는 마치 과거 서민의 정부라 자처했던 노무현 정부와 흡사 닮은 꼴이 되어간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노무현 정부도 서민들의 꿈인 내 집을 장만하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모든 정책들이 무너졌다. 그리고 정권을 이명박 정부에게 넘겨주었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처럼 대북 관계에서만 높은 점수를 받지 나머지 정책에서는 사람이 먼저라는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의 집값이 날뛰면 서울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좋을 듯해도 결국 오른 집값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 외에는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어차피 누군가는 서울에 살아야 한다. 서울특별시민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의 자랑이 집값이 수십억 간다는 것이 자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서울이어야 할 것이다.

대북관계 개선도 중요하다. 그보다 먼저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행복을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대북관계 개선의 목표여야 한다. 서울의 주변에 많은 도시들이 생겼다. 분당, 고양, 안양, 성남 등등 도시의 번창은 서울의 삶이 벅차기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럼에도 자꾸 서울은 특별시민의 것이 되어간다.

〈지불하면 지불한 그만큼의 애교로/ 버티면 버틴 그만큼의 비정(非情)으로/ 싸게 사면 싸게 산 그만큼의 가짜로/ 올라가면 올라간 그만큼의 위험으로/ 벗으면 벗은 그만큼의 향락으로/ 훔치면 훔친 그만큼의 향락으로/ 달리면 달린 그만큼의 속도로/ 찌르면 찌른 그만큼의 깊이로/ 태우면 태운 그만큼의 재로/ 마시면 마신 그만큼의 구토로〉- 이가림 詩 「서울의 우울 -함수관계」 全文

나는 이가림 시인의 시 「서울의 우울」을 읽으면서 정말 싸게 사면 싸게 산 그만큼의 가짜의 서울이 되어 가는지? 벗으면 벗은 그만큼의 향락의 기쁨에 젖어드는지? 왜 서울은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가는지? 우울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서울의 거리를 걸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숨소리를 느끼고 온다.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숲이 서울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사람이 먼저다고 외치며 대통령이 된 문재인 정부도 실망스럽고, 그리고 서민의 삶을 위한다는 정치는 표를 구걸하기 위한 목소리였고, 구호였다는 의구심을 또 갖는다.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누구랄 것도 없이 나오는 위장 전입, 자녀 군 면제, 부동산 투기 의혹은 변함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서민의 삶에 희망을 갖게 하라고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의 집 한 채가 수십억 원이 가고 일 년에 5~6억씩 날뛰는 특별시가 되어 간다. 특별한 사람이 살아가는 땅이 되어 간다. 이 특별한 서울의 공기를 마시고 돌아오는 날에는 내 가슴이 무너진다. 진리와 평등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뒤돌아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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