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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인구절벽에 서 있는 우리
△임길자 <정토마을 원장>

며칠 전 오랜만에 제주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곁에는 네 명의 가족이 좌석 세 개를 채웠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5살짜리 아들과 생후 2개월 된 여자아기, 이렇게 네 명의 가족과 나란히 앉았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아기는 아빠의 품에서 잠이 들어 있었고, 아들은 엄마의 무릎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비행기는 엄청난 에너지를 품어내며 이륙을 시도했고, 나는 속이 울렁거리며 멀미가 나는 듯해 잠시 눈을 감았다. 온전히 이륙을 마친 비행기는 구름위의 하늘 길을 순조롭게 달렸다. 조그만 창으로 내다본 코발트 빛 하늘은 평온하고 침착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안의 ‘소음’에 귀가 열리는 듯 했다. 유난히 더웠던 계절을 힘겹게 이겨낸 사람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고단한 현실을 어려움이라 말하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주문을 외던 시간들이 순간을 깨웠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아빠의 품에서 잠들어 있던 아기는 잠이 깨면서 울기 시작했다. 부부는 번갈아 안으며 아기를 달래보지만 그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어디선가 아기 쪽으로 행하는 얼굴들이 눈에 띄었고, 그런 사람들과 눈이 마치줄때마다 아기의 아빠는 “죄송합니다”를 연속했다. 결국 아빠는 아기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아기의 엄마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용히 가셔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너무 어린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무리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폐를 끼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사실 오늘은 5살짜리 아들을 위해 출발한 여행입니다. 아들은 아기(동생)가 태어난 후로 행동도 거칠어졌고, 아기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암튼 심각한 이상행동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아기에게도 고통인 것 같고 주변사람들에게도 큰 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아기의 엄마는 주변 시선에 더 걱정이 컸던 것 같았다. 여기저기 고개를 빼고 건너 다 보는 사람이 꽤 있었으니 그도 그랬을 것이다. 나는 주변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의 적당한 소리로 말했다. “요즘 아기 울음소릴 들어본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어른들은 언어로 대화를 하지만 아기는 울음이 언어인걸요. 죄송할 것 없어요.”

잠시 후 비행기는 제주공항에 도착을 했고, 아기는 언제 그랬냐 싶게 방긋거리고 있었다. 좁은 출구를 향하고 있는 분주한 발걸음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등에서 해맑게 방글거리는 아기모습에 함께 비행했던 사람들의 피로는 그냥 녹았다.

한 신문은 ‘인구·복지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들에게 올해 합계 출산율 추정을 의뢰한 결과, 지금 추세로 가면 올해 출산율이 0.96~0.99명 사이로 떨어질 것이다’라고 적었다. 정부는 최근 “2분기는 0.97명으로 떨어졌다”고 했는데, 이번 분석 결과는 정부가 내놓은 암울한 전망이 현실로 닥쳐왔다는 뜻으로 읽힌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 수를 가리킨다. 합계출산율 1.0명은 인구대체가 가능한 출산율(2.1명)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수준인데 이를 일명 ‘0.9 쇼크’다. 라고 말했다. 이에 0.9 쇼크를 “국가적 위기”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리는 지금 인구절벽 앞에 와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출산장려정책을 펼치고는 있으나 실제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는 듯하다. 출산율은 청년 취업률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라고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어렵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크기를 정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저 출산 고령화 문제가 어디 우리나라만의 문제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했던 염려가 큰 충격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정책적 예측이 부족했다. 우리사회 곳곳에서 ‘저 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지만, 책임과 역할이 색을 달리하고 있는 한 아직은 그저 고민뿐인 듯싶다.

그 어느 때보다 요동이 심한 우리 사회의 오늘!

‘인구절벽’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 나라!

국가의 우선 역할은?

이 시대 어른들의 태도는?

임길자  wjnews01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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