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구도심에서 영화를 봤으면···
<김대중칼럼>구도심에서 영화를 봤으면···
  • 김대중
  • 승인 2018.10.01 0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중<언론인>

추석이나 설 연휴 때 즐기는 것 중에 최고 인기는 단연 영화 관람일 것이다.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삼삼오오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 제작자들은 명절을 최대 대목으로 본다. 명절 때를 맞춰 개봉할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세운다. 명절 때마다 영화가 쏟아지는 이유다. 도시 구성에서도 영화관은 기본이다. 원주에도 단계택지를 비롯 무실동과 단구동, 혁신도시내에 영화관들이 들어섰다. 이 장소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관은커녕 시가지조차 조성되지 않았다. 유흥가의 상징처럼 된 단계택지 조성사업이나 겨우 완료됐다. 2000년 이전 원주의 영화관은 어땠을까. 원주의 영화관 구식으로 말하면 극장은 당시에도 많았다. 시공관을 비롯해 아카데미, 원주극장, 문화극장, 군인극장이 있었다. 지금처럼 다른 큰 건물에 상가들과 함께 들어선 것이 아니고 단일 건물에 들어섰다. 극장 전용 건물이 세워지고 극장이 운영됐다. 그런 극장 건물이 원주 구도심에 모두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평원로 양쪽으로 집중됐다. 군인극장을 제외하면 말이다. 현 보건소 터에 있던 군인극장은 80년대에 철거됐다.

평원로의 그 짧은 구간에 4개 극장이 집중됐다. 명절이나 주말이면 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자연스레 주변 상가엔 손님이 넘쳤다. 물론 인구가 20만명이 안 되던 시기의 이야기다. 행정기관을 비롯해 도시의 모든 주요 공공시설과 기능이 기존에 중심이 된 도심 공간에 집중됐을 때다. 어쨌든 당시 극장은 원주 도심의 경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원주 극장가의 평원로 시대가 저물며 완전히 바뀌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도시는 급속히 확장되었다.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영화관은 새로 조성되는 시가지에 속속 입주했다. 깨끗하고 편리한 건물과 첨단 장비로 양질의 영화를 서비스했다. 평원로 일대에 집중됐던 옛 극장들은 문을 닫더니 건물마저 철거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원주의 영화관 즉 극장의 역사이다.

평원로 일대의 극장들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원주 구도심 상권의 쇠락도 동반됐다. 원주시청마저 외곽 무실동으로 떠나자 속수무책이 됐다. 원주 구도심 문제는 이렇듯 이미 예견된 일에 불과하다. 다만 대비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도시도 급성장했다. 그러나 전국 도시들을 보면 구도심에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소위 복합상영관이라고 하는 브랜드 영화관 1개는 기본적으로 있다. 부산 진주 전주 대전 등 어디를 가든 다 그렇다. 원주처럼 구도심에 영화관이 1곳도 없는 도시는 없다. 대기업들의 브랜드 영화관들이 원주에 입주할 때 손을 썼어야 한다. 수수방관한 결과다. 구도심에 차 없는 문화의거리를 만든 지 10년이 됐지만 해가 지면 사람이 없다. 여기 무대서 공연프로 몇 개 돌린다고 사람들이 북적대고 상권이 살지 않는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통찰해야 한다. 이제 와서 부질없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관 1개가 절실하고 참으로 아쉽다. 영화관만이 길은 아니지만 가장 쉬운 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다른 문화 인프라들이 연계돼 갖춰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문화의거리 1구간이 완공된 지 1년이 되어 돌아보니 더 아쉬움이 커진다. 지금대로라면 문화의 거리 구도심의 앞날은 캄캄할 뿐이다. 문화의 거리 주변에서 영화를 보고 놀 수 있을 날을 갖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