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75) 현악4중주 ‘종달새’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75) 현악4중주 ‘종달새’
  • 최왕국
  • 승인 2018.10.0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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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왕국<작곡가>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은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명답게 백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하였지만, 실내악도 많이 작곡하였는데, 그중 현악4중주곡만 해도 거의 70곡에 달한다. (원래는 80여곡이었는데, 정식으로 출판한 곡은 좀 더 적다)

현악4중주란 제1, 제2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 4명의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는 ‘소나타’이고, 교향곡이란 관현악단이 함께 연주하는 ‘소나타’이다.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7편 참조)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현악4중주는 연주 규모로 볼 때 교향곡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의 교향곡과 현악4중주를 합하면 거의 200곡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양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에 관해서 체크를 하고 넘어가야 할 텐데, 이 두 단어는 같은 뜻이 아니다. 원래 ‘소나타’란 말은 기악곡이라는 뜻으로 성악곡을 뜻하는 ‘칸타타’와 대비되는 말인데,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요즘에는 ‘다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이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면 ‘소나타 형식’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변형 발전시키고, 다시 주제를 재현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고전파 이후의 소나타 형식에서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즉 제1주제가 리드미컬하고, 명랑 쾌활하며, 도약진행 위주로 되어 있다면 제2주제는 멜로디컬하고, 서정적이며, 순차진행 위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 소나타에는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된 악장이 1악장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1악장과 4악장이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을 때도 있고, 아예 소나타 형식으로 작곡된 악장이 없는 소나타도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2번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보통은 1악장이 소나타 형식이지만 이 곡은 1악장이 주제와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3악장 '터어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 11번도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소나타와 소나타형식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 중 제53번 '종달새'(Haydn String Quartet No. 53 in D Major, Op. 64. - 'The Lark')를 감상해 보기로 한다.

필자와 비슷한 시기에 한양대에 다니셨다면 이 곡이 매우 친숙할 것이다. 매일 아침 등굣길 학교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오던 정겨운 멜로디다. 마치 실제로 종달새가 내 머리 위에서 지저귀는 듯한 착각에 빠져서 매일 아침 유쾌한 마음으로 학교 언덕을 오르던 추억이 있다.

필자가 대학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 이유는 그만큼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 '종달새'가 하이든뿐만 아니라, 여타의 현악4중주곡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 곡은 대중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면으로 보나 바이올린의 연주 테크닉의 측면에서 보아도 매우 훌륭한 걸작이다.

제1악장은 가장 유명한 악장으로 바이올린의 고음에 의한 연주가 마치 하늘에서 종달새가 귀엽게 지저귀는 소리와 닮았다고 해서 훗날 이 곡의 부제가 되었다. 매우 멜로디컬하고 사랑스러운 악장이다.

제2악장도 바이올린 선율이 매력적인 악장이며, 후반부로 가면서 여러 가지 연주 테크닉이 구사되는 바이올린의 음형에 주목하게 된다. 제3악장 미뉴에트는 하이든의 재치 있는 성격이 음악으로 잘 나타난 악장이며, 제4악장은 피날레답게 16분 음표의 바쁜 움직임과 생동감 넘치는 음향들이 잘 묘사된 역동성 있고 화려한 악장이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 종달새 하면 빠지지 않는 호사가들의 '설(說)'이 있는데, 그것은 이 곡을 헌정 받은 '토스트(Johann Tost)'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하이든이 궁정악장으로 재직하던 에스테르하치의 악단에서 제2바이올린 수석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그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였을 뿐만 아니라, 출판과 의류 유통업 등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하이든 몰래 하이든의 곡들을 복사하여 출판하다가 발각되어 궁정 오케스트라를 그만두는 일까지 겪었으며, 나중에는 모차르트의 곡도 출판을 한 인물이다. 역설적으로 토스트 덕분에 하이든의 곡들이 세상에 소개가 더 잘 됐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하이든은 자신의 현악4중주곡들을 출판할 때 6곡을 한 세트로 묶어서 내곤 했다고 하는데, 떠도는 소문으로는 하이든은 토스트에게 정식으로 6곡만 헌정을 했고, 종달새가 포함된 Op.64는 원래 에스테르하치 궁에서 가정부로 일했으며, 나중에 토스트와 결혼했던 마리아에게 헌정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토스트가 채 갔다는 설도 있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https://youtu.be/wJpHHAutlS4

유튜브 검색어 : lark quart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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