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느린 도시가 정답이다
<문화칼럼>느린 도시가 정답이다
  • 전영철
  • 승인 2018.10.0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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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철 <상지영서대 교수>

해마다 추석 때면 통과의례적인 행동이 하나 늘었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의 문화공간이나 다른 도시의 도심을 걷기도 하고 10월이면 다른 지역의 순도 높은 축제를 답사하기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에 출발해 하루를 서울구경에 나섰다.

명절의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두드러져 보이고 그들의 관광행태도 더 선명히 보인다. 인사동과 북촌에서는 러시아, 중국, 일본에서 온 외래 관광객들의 비율이 높은 것 같고 나름 한국의 명절문화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교보문고에서 책 몇 권을 구매하고 생뚱맞은 것 같지만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종로와 광화문의 자전거 길을 건너 최근 완공한 버스전용차로 승강장에서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시내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강대역 쪽에서 경의선을 따라 홍대입구역 쪽으로 쭉 걸어갔다. 한국의 하이라인 철길이라고 해도 좋을 이 철길은 서울역에서 용산을 거쳐 옛날 개성과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가던 철길이 있던 곳이었으나 지하화되면서 이 길은 숲길 조성을 통해 시민들의 길이 되었다. 책거리가 만들어지고 열차 형태의 모습을 한 건물에 책의 공간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주변에는 그리 비싸지 않은 커피와 음식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이 많음을 볼 때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시간에는 생명력이 더할 것 같은 느낌이 다가왔다. 홍대입구삼거리에서 한강으로 향하는 합정동도 많이도 변했다.

길을 건너 연남동 숲길이 나왔다. 연남동 숲길에는 실개천 테이크 아웃 하여 돗자리를 깔고 술판을 벌려 숲길이 아닌 술길 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곳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손글씨로 쓴 “술길 싫어요, 숲길 좋아요”현수막이 시민들의 깨끗한 공원 만들기 참여를 호소하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려는 듯 삼삼오오 친구, 연인, 가족끼리 자리 잡고 돗자리를 깔고 와인을 나누는 모습, 커피를 마시는 모습, 버스킹 음악을 편안하게 들기는 모습, 도시락을 먹는 모습은 우리가 그간 동경해 온 유럽의 어느 한 공원의 모습과 흡사 닮아 있었다. 이런 모습은 최근 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에서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연남동을 자전거특화지구로 만들려는지 지역주민 설명회도 알리는 현수막도 걸려있었다. 아마도 주민찬반투표로 정책을 결정하는 모양이다. 한강을 거슬러 원주로 돌아오는 중간 많은 생각이 오갔다. 몇 년 뒤의 원주 모습이 저러하리라. 도시 간을 연결하는 교통속도는 엄청 빨라지지만 오히려 도시 내에서는 시속 60km가 아닌 50km 이야기가 나오는 요즈음 원주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원주천을 오가고 원도심을 편하게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유휴공간이 나오면 인위적인 시설보다는 편안하고 잔디가 깔린 피크닉이 가능한 나무그늘이 있는 공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전주를 방문했을 때 한옥마을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룸에도 불구하고 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주저하지 않고 ‘전주 느리게 걷기’와 자전거문화, 한옥마을에서 남부시장을 거쳐 전주천까지의 보행축선을 만들어 사람들이 전주천을 마음대로 걷게 해야 한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이것은 원주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원주의 초입 태장동 캠프롱에서 우산동 우산천, 내년 말이면 폐선이 될 중앙선 철길을 통한 원도심으로의 보행축의 형성과 그리고 중앙시장과 원주천, 봉산동 모두를 큰 그림으로 보고 자연스레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원도심에서 원주천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통행할 수 있도록 도시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점점 찻길을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는 것은 유행처럼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그것은 이제 차량중심의 도시설계가 아닌 보행자 중심의 도시계획시대가 왔음을 예고하는 전주곡이다. 도시는 시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느린 도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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