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10월, 독서 이렇게 하자
<세상의 자막들>10월, 독서 이렇게 하자
  • 임영석
  • 승인 2018.10.08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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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석<시인>

독서라 함은 남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한 글자를 읽을 틈이 있다면 그 한 글자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 독서를 하는 마음이라 한다. 책을 읽으라 하지 않겠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의 오학론(五學論)에는 박학(博學:두루, 널리 배운다), 심문(審問:자세히 묻는다), 신사(愼思:신중하게 생각한다), 명변(明辨:명백하게 분별한다), 독행(篤行:독실하게 실천한다)이라 하여, 두루 널리 배우고, 자세하게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바르고 분명하게 판단하고, 성실하게 행동하는 일을 중요시했다. 아마도 독서를 하는 목적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두루, 널리 배우는 일(博學)은 학교를 다니는 일, 여행을 하는 일, 친구와의 대화, 취미 활동 등등 모든 것이 박학의 뜻에 부합되는 일일 것이다. 자세히 묻는 일(審問)은 전문적 식견을 요구하는 전공분야를 말할 것이다. 자기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몸에 익혀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일(愼思)은 무엇을 진행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한 번 더 생각하는 일을 뜻한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남에게 속지 않는 일, 남을 속이지 않는 일, 인내력을 필요할 때 필요한 일에 신사(愼思)가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명백하게 분별하는 일(明辯)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을 말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릇됨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실하게 실천하는 일(篤行)은 아무리 지식이 많고 학문이 깊어도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를 바르게 실천하라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오학론에 근거하여 독서를 한다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책 읽기의 목적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독서는 눈으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독서의 목적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만 읽으면 졸린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인즉, 그 책이 나에게 아무 필요도 없고, 관심 밖이라는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독서를 해 보라. 첫째, 독서는 대화의 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 책을 통해 내가 듣지 못한 말, 생각하지 못한 말 등을 책에서 듣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둘째, 책을 읽어야 독서라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 독서는 나를 찾는 일이다. 책을 버리고 마음을 바라보는 독서를 해야 한다. 여행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자연을 만나는 일도 독서라 생각해야 한다. 셋째, 자신의 취미 분야 책을 100권 이상 읽어라. 취미라 함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하여 100명의 저자를 책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내 취미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그 방향이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은 사서 읽어라. 이 말은 내가 꼭 필요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더니

오는 이 가는 이 흙이라 하는구나

두어라 알사람 있으니 흙인 듯이 있거라

-尹斗緖 시조(필자가 고어를 현대어에 맞게 바꾸어 놓은)

책에는 숱한 보석이 숨겨 있다. 책 속의 보석은 책을 읽는 사람만이 갖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그 보석의 가치를 모른다. 윤두서(尹斗緖:1668~?)는 옥에 흙을 묻혀서 길가에 버렸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흙인 줄 알고 모두 그냥 지나가더라도 그 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냥 길가에 두라는 말이다.

이 세상 나쁜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내용이 불량하다고 그 책을 외면하면 불량한 것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불량한 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불량한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독서의 진실을 찾지 못해 책을 멀리했다. 열심히 살고 있다면 그 삶이 가장 좋은 책이다. 지금 나를 키운 부모님의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당신은 가장 좋은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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